- 작년 중기조합 활성화 조례 제정
- 홈앤쇼핑 콘택센터 부산 유치도
- 서부산 특색 살려 발전시켜야

“회장이 되고 보니 그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말하지 못한 고충이 대단히 많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부산시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전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들어주신 덕분에 지난 1년간 이를 해결할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김병수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 회장이 지역 중소기업 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임기의 반환점을 돈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 김병수 회장의 지난 1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4월 회장에 오른 그는 지역 전체 중소기업을 대표하면서 부산패션칼라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관련 업계까지 챙겨야 했다. 김 회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조례 제정 및 계획 수립을 들었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9월 전국 6대 광역시 중 최초로 ‘중기협동조합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부산 제1차 중기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중기조합 활성화 계획이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 만들어진 건 부산이 최초다.

특히 중소기업 협업촉진센터 설치, 중기협동조합 간 거래 지원, 컨설팅지원단 운영 등 현장의 요구가 높은 신규 지원사업 14개가 포함돼 기대가 크다. 김 회장은 “개별 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것보다 조합을 통한 지원이 효율적이라고 꾸준히 건의했다. 올해는 육성 조례를 만드는 지역 기초자치단체가 나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중기중앙회가 대주주인 중소기업 전문 TV홈쇼핑 ‘홈앤쇼핑’의 첫 비수도권 콘택센터를 부산에 유치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홈앤쇼핑은 2022년까지 부산에 300명 이상의 신규 인력이 일하는 콘택센터를 짓고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시와 중기중앙회 간담회에서 처음 사전 교감을 나눈 뒤 김 회장을 포함한 지역 중기중앙회 회장단이 큰 노력을 기울였다. 김 회장은 “홈앤쇼핑 콘택센터 유치를 계기로 시와 협력하는 일이 더욱더 많아져 뿌듯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지역경제 타격은 큰 걱정거리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경제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해외 업체의 주문을 받지 못하는 지역 생산기업 대부분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김 회장은 “한국의 수출과 공업화를 선두에서 이끈 부산 섬유산업이 협력사인 염색업체에 납품 대금을 제때 못 줄 정도다. 정부 지원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지만,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은 특히 협력업체 위주의 중소기업이 지역경제의 근간이어서 체감 피해 규모가 크다. 중기중앙회 부울본부 조사 결과, 지역 중소기업 80.6%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부산에는 약 27만 개의 중소기업이 있는데 이는 전체 지역기업의 99%다. 부산 총고용인원의 92.5%가 중소기업 근로자이다.

김 회장은 부산 중기 부활을 위해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예컨대 수도권 중심의 리쇼어링(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활성화 정책 대신 지방과의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 사업 대부분이 수도권 위주로 진행돼 부산 기업은 구경도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으로 부산에도 다양한 기업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짚었다.

동부산과 서부산 격차 줄이기도 관심사다. 김 회장은 다대포해수욕장과 을숙도 하굿둑 인근을 잇는 서부산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산업단지 특성을 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염색업체가 모인 산단의 특성을 살려 패션 거리를 조성하고, 밀집한 수산물 가공 및 보관창고를 활용해 먹거리를 만드는 등 특색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부산에 공단이 몰려 있는 만큼 생산 현장을 보고 싶어 하는 외국 바이어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땅한 숙소가 없는 탓에 해운대에서 이곳까지 오는 불편을 감수하거나 결국 부산이 아닌 수도권 등 다른 지역 업체로 향해 안타깝습니다. 낙후된 서부산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