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계층 의견수렴 나서고
- 실현 가능성·비전 검토 필요
- 부산시 재생에너지 전환 늘려야
“정부는 ‘그린 뉴딜’이라는 거대 담론을 제시하기에 앞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 변화 대응 등 세부 사업 추진을 위한 아이디어부터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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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과평화 김태호 대표가 최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그린 뉴딜 사업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단법인 ‘에너지나눔과평화’를 이끄는 김태호(53) 대표는 지구 온난화 해결과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위해 20년 넘게 활동해 온 환경·에너지 전문가다. 그가 에너지 약자의 ‘희망 메신저’가 되기로 결심한 시기는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근무하던 1998년이다. UNEP는 국제연합(UN)이 창설한 환경 문제 전담 기구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의 필요성과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깊은 고민이 환경·에너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런 의지는 실행으로 옮겨졌다. 2006년 에너지나눔과평화를 창립한 뒤 지난 14년간 ‘나눔발전소’ 사업 등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에너지나눔과평화가 직접 투자해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해당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판매한 뒤 그 수익의 50%를 에너지 빈곤층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머지 50%는 같은 목적의 후속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투입된다. 결국 사업의 모든 수익이 에너지 빈곤층에 사용되는 셈이다.
지난달 19일 김 대표를 만나 에너지나눔과평화의 활동 비전을 듣고 그린 뉴딜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일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총 5조1000억 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사업을 2025년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에너지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된 그린 뉴딜 사업(1조4000억 원)도 포함됐다. 이에 대한 김 대표의 첫 평가는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였다.
“큰 틀에서 볼 때 그린 뉴딜은 친환경 산업을 정책 우선 순위로 정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데 그 취지가 있어야 합니다. 아쉬운 것은 이번 발표에서 그린 뉴딜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세부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죠. 어떤 분야든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에는 구체적인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그린 뉴딜의 추진 방향만 우선 내놓은 뒤 ‘각 부처가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라’고 하면 안 됩니다. 그린 뉴딜의 의미와 정책 취지가 제대로 드러나는 사업 아이디어를 하루빨리 찾아야 합니다. 더욱이 지금처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규제가 심한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공염불에 불과하죠.”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그린 뉴딜 사업의 세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는 각계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실현 가능한 것을 찾고, 이미 발굴된 사업의 비전까지 점검하는 등 종합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부산시 등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수립한 ‘지역 에너지 계획’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시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제20차 에너지위원회에서 해당 계획을 보고하며 “2025년까지 지역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9%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는 “목표 비율이 너무 낮다”며 “시의 에너지 전환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 역시 따끔한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각 지자체가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특히 많은 지자체가 도로 규제 등 재생에너지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계획 따로 목표 따로’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도 제도 개선에 총력을 쏟아야 합니다.”
경북 영덕 출신인 김 대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산업부 에너지위원회 위원과 전국 229개 환경·소비자·여성단체로 구성된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 겸 운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글·사진=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