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착 미생물 발굴·우수종균 개발
- 관련제품 생산해 미생물 산업화
- 농가 소득증대와 환경개선 도움

“미생물 발효 산업은 바이오산업과 함께 인류의 삶을 바꿀 미래산업이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효식품이나 친환경 유기농업 발전에 전기를 마련할 효소를 개발하고 관련 제품을 생산해 미생물을 산업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천친환경미생물발효연구재단 천인석 초대 대표가 10일 재단 운영 방향과 목표를 밝히고 있다. 이완용 기자

경남 사천시가 도내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설립한 ‘친환경미생물발효연구재단’. 지난 5월 첫 공모직 대표이사로 선임된 천인석(64) 대표는 오는 7월 1일 공식 재단 출범을 준비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농업계 대학을 졸업하고 사천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퇴임하기까지 40여 년간 농업직 공무원을 지낸 그는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미생물이 사람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고 생태계를 온전히 보존하게 할 수 있다. 이를 실천하는 일이 우리 재단의 목표”라며 발효재단 운영에 의욕을 보인다.

사천시가 미생물의 산업화를 위해 재단법인까지 만들어 추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 우선 생태계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발효 산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 미생물 발효기를 제작해 특허 등록하고 도내 농가에 보급하는 등 유용 미생물의 산업화를 추진해 왔다. 여기에는 일부 공무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도 있었지만, 자치단체가 가정용 미생물 배양 기계를 만들어 보급했을 정도로 미생물 활용에 관심을 쏟았다. 여기에 매실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효소를 활용하고, 유용 미생물로 두부를 만들거나 메주를 쑤어 된장이나 간장을 생산하는 등 효소의 산업화를 추진해 왔다.

이런 노력은 미생물이 미래산업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했고, 사천시를 미생물 발효 도시로 육성하려는 토대가 됐다. 2018년 8월 재단설립 준비단을 꾸리고 타당성 조사와 경남도 협의를 거쳐 사천시가 출연하는 재단법인으로 출범하게 됐다.

천 대표는 “김치와 간장, 된장처럼 우리 음식의 대부분이 발효식품에서 시작될 정도로 미생물을 활용한 음식문화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사업성은 충분히 있다”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식품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우리 전통의 발효음식 사업화는 어려운 영역이 아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돼지의 몸속에 흡수된 미생물은 암모니아 배출을 줄이고 소화 효율을 높여 우수한 육질의 생체를 생산할 수 있다”며 “소와 닭, 수산물 양식장 등에서도 미생물을 활용한 사료 공급으로 자연생태계를 회복시킬 수 있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이나 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위산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소장과 대장을 거치면서 몸속으로 흡수되는 다양한 미생물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다.

천 대표는 “발효재단이 출범하면 양돈농장에 필요한 미생물 생산을 먼저 시작하겠다”며 “가장 심각하고 시급한 영역에 뛰어들어야 이제 막 출범하는 재단의 조직에 활력을 주면서도 산업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또 “사천시의 이름으로 특허등록을 할 수 있는 미생물을 발견해 사업성을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며 “확보한 미생물을 여러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 미생물을 연구하고 산업화하는 일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깊이가 있는 종갓집 음식도 대물림의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되듯이 미생물을 연구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과 기다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토착 미생물을 발굴하고 우수한 종균을 개발해 우리 농가의 소득증대와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정부의 미생물 정책 방향에 맞춰 지속 가능한 생태 순환농업을 실천해 전국 최고의 발효산업 도시 사천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