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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잊힌 영웅들 챙기는 열세살 소녀

‘참전용사들의 손녀’ 애칭 캠벨 에이시아 양

  •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   입력 : 2020-03-31 19:44:47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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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전용사 감사편지 쓰기대회
- 2년연속 1등, 네덜란드 방문
- 반호이츠부대 무명용사 찾아
- 재방한 행사 1년 연장했으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한국전쟁 참전 유엔군 용사들의 재방한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아직 올 수 있고 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정부가 재방한 행사를 1년 만이라도 꼭 연장해줬으면 좋겠다.”

캠벨 에이시아 양은 “유엔군 참전용사가 잊히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옥재 기자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손녀’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캠벨 에이시아(13·부산 남구 용호동) 양은 참전용사들의 재방한 행사가 취소되는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 행사는 한국전 발발 25주년이었던 1975년 시작돼 70주년인 올해 사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캠벨 양을 최근 만나 한국전 참전용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물었다. 캠벨 양은 2016년과 2017년 H2O품앗이운동본부에서 주최한 참전용사 감사편지 쓰기 및 말하기 대회에서 연이어 전국 1위를 했고 그 부상으로 네덜란드 반호이츠 부대를 방문하게 됐다. 반호이츠 부대는 한국전에 참전했고 해마다 참전용사 추모식을 열고 있다.

캠벨 양은 반호이츠 부대 소속이었던 참전용사 허먼 텐셀담(Herman Tenseldam) 씨를 네덜란드에서 만났고 그로부터 반호이츠 부대와 함께 싸웠던 20명의 무명 카투사(유엔군 배속 한국군) 이름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아 현재까지 20명 가운데 13명의 이름을 찾아냈다.

캠벨 양은 “유엔기념공원 근처에 살아서 어릴 때부터 자주 갔다. 공원 내 ‘기억의 벽’에 새겨진 많은 참전용사 이름을 읽었는데 아빠와 같은 이름도 수십 명, 삼촌과 할아버지와 같은 이름이 많아 어느 날 펑펑 울었다”며 “그때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이후 참전용사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찾다가 글쓰기 대회를 알게 됐고 이후 참전용사들을 직접 만나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캠벨 양의 아버지는 캐나다 사람이다.

캠벨 양은 반호이츠 부대 출신의 참전용사들뿐 아니라 미국·캐나다 용사들과도 자주 통화를 하고 그들이 한국을 찾으면 만난다. 캠벨 양은 “허먼 할아버지와는 얼마 전에도 영상통화를 했다. 할아버지의 강아지 얘기도 하고 내가 수학여행 갔다 오면 수학여행 다녀온 얘기도 한다. 연락하고 지낸 지 3년 정도 됐다”며 “캐나다의 데니스 무어 할아버지와도 통화를 했는데 캐나다에서 ‘한국이 코로나 대응을 아주 잘하고 있다.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을 때 데니스 무어 할아버지는 한국이 무척 자랑스러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묻혀 한국전쟁은 그동안 유럽과 북미에서는 ‘잊힌 전쟁’이었다. 참전용사들은 귀국해서도 주변에 한국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캠벨 양을 만나 마음속에 묻어뒀던 것을 풀어놓고 있다. 캠벨 양은 “한국전쟁이 잊히면 참전 용사들도 ‘잊힌 영웅’이 된다. 그분들이 잊히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캠벨 양은 최근 유엔공원 동판에 새겨진 캐나다 출신 엘리엇 고든 맥케이 이병(Private Elliott Gordon Mckay)의 나이를 수정하는데 일조했다. 맥케이 이병은 한국전 참전 캐나다 용사 가운데 첫 희생자다. 캠벨 양은 “지난해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 할아버지가 부산을 다녀간 뒤 ‘맥케이 이병은 참전하고 싶어 사촌 형의 신분증을 이용해 한국에 왔다. 원래 나이는 18세가 아니라 17세’이라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캠벨 양은 이를 확인했고 캐나다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수정했다. 캠벨 양은 맥케이 이병 가족에게 새 동판 사진을 찍어 보냈다.

캠벨 양은 이와 관련된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덕에 방송이나 각종 행사 진행을 자주 맡는다. 지난해 말부터는 KBS 2TV 동요 경연대회 ‘누가누가 잘하나’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부산 용문초등학교를 졸업한 캠벨 양은 현재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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