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디어 제안후 개발 매진
- 군청 전산정보팀 추진력 덕분
- 지역 면사무소 대표번호
- 보호자 번호 함께 묶어 효과

지난해 경남 합천군이 고독사와 취약계층 안전을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마트폰 앱인 ‘경남안심서비스 앱’ 인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당초 합천군이 지역민을 위해 개발했지만, 올해 초 경남도가 도내 전역으로 확대보급에 나섰고, 앱을 공유하려는 전국 지자체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앱 어워드 코리아 2019 올해의 앱’ 시상에서 공공서비스 분야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정순재 합천군청 행정과장이 지난 25일 경남안심서비스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5일 만난 합천군청 정순재(54) 행정과장은 ‘안심 앱’의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에서부터 앱의 상용화를 일군 주역이다.

“아이디어를 냈지만, 군청 전산정보팀의 전문적인 검토와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그는 ‘앱 개발의 주역’을 전산정보팀으로 돌렸다. 이어 그는 “고독사는 당사자에게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남겨진 유가족 역시 평생을 죄의식에 갇혀 살게 한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우리 모두의 고민이 ‘안심 앱’을 세상에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그가 ‘안심 앱 ’ 개발에 나선 계기는 지난해 8월 합천읍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였다. 화재로 주택이 무너져 내린 현장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됐다. 불이 난지 2주 이상 지났지만 외딴 곳에 있는 데다 70대 노인 혼자 살고 있던 터라 아무도 화재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선교 활동을 위해 가정 방문을 했던 선교사의 신고로 조사에 나선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색 3일 만에 화재 현장 마룻바닥 밑에서 불에 탄 백골상태의 시신을 발견했다.

“고령자 1인 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평소에도 고독사는 심각한 문제였지만, 화재 현장을 본 뒤로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먼저 시중에 개발된 ‘안심 앱’을 물색했다. 하지만 인명을 다투는 만큼 신뢰도와 정확도, 편의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앱은 찾을 수 없었다. IoT(사물인터넷) 동작감지센서를 통한 노약자 케어서비스와 같은 첨단기능을 갖춘 앱도 있다. 하지만 초기 구축 비용 4000만 원에다 가구당 100만 원이 드는 비용이 부담이었다. 결국 그는 전문업체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은 앱 개발을 의뢰하기로 하고 전산정보팀과 앱 개발업체를 물색하는 등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합천군의 ‘안심 앱’은 이렇게 800만 원을 투입, 2개월의 개발 작업 끝에 빛을 보게 됐다. 작동 원리는 노인 1인 가구, 취약계층 등의 스마트폰 소유주가 ‘앱’을 설치한 뒤 자녀, 마을 이장, 이웃 주민 등의 전화번호를 지정보호자로 등록하면 된다. 작동방식은 스마트폰 소유주가 지정한 시간인 12~24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먼저 본인에게 30분간 알림이 뜨고, 그래도 본인이 받지 않으면 지정된 보호자(자녀, 마을 이장, 이웃 주민 등)에게 통보된다.

하지만 당사자와 지정보호자 간에는 통보가 되지만, 행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래서 합천군은 거주하는 지역 면사무소 대표번호를 보호자지정 번호에 포함하도록 했다. 그는 “자녀 혹은 보호자가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으면 오는 시간 동안 당사자는 방치될 수밖에 없다”며 “면사무소 대표전화도 지정보호자로 등록하도록 하고, 각 면사무소에는 대표전화로 통보 메시지 수신이 가능한 IP전화기를 별도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에 행정력을 접목함으로써 공공서비스의 기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올해 초 경남도가 ‘합천안심서비스 앱’을 행정혁신 우수사례로 선정해 ‘경남 안심서비스 앱’으로 확대 보급한 것과 전국 지자체에서 앱 문의가 올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개발된 앱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벌써 서울 강동구, 대구 수성구, 전남 여수시와 곡성군에 앱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한 상태다.

인터뷰 말미 그는 “아무리 세상이 첨단을 달리고, 좋은 앱이 개발된다 해도가족과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기기로 대신할 수 없다”며 고향의 부모님은 물론 1인 가구와 취약계층 이웃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