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로 휠체어 생활 경험
- 중증장애인의 고충 체감
- 남은 인생 이들 돕기로 결심
- 장애인-비장애인 가교 될 것
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보통은 이에 대해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장애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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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강병령 부산장애우권익연구소 이사장이 연구소의 올해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961@kookje.co.kr |
지난해 12월 부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장으로 취임한 강병령(59) 이사장을 만나 장애인 인식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20일 만난 강 이사장은 그동안 연구소 이사로 활동해오다 이사장을 맡게 됐다. 강 이사장은 “연구소는 지자체 지원보다는 자체 예산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연구소 스스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한다 . 그래서 여러 이사님들의 후원으로 운영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연구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지속해 왔지만 이번 취임으로 보다 전면적으로 연구소 일에 나서는 느낌이라 계기가 있었나 궁금했다.
강 이사장은 “두 살 때부터 다리가 불편해 걸을 때 지팡이가 필요했지만 크게 불편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사고를 당하면서 휠체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의 힘든 상황을 온전히 체감하게 됐다”고 했다.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야 하는 그에게 어깨와 팔은 다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계단에서 넘어져 어깨 회전근개 4개 중 3개가 파열되는 큰 사고가 났다.
“고작 5㎝높이의 턱이지만 휠체어를 탄 상태에선 넘을 수 없는 벽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거기서 오는 낭패감과 황당함, 좌절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기가 어렵지요”.
강 이사장은 “지팡이를 짚고 무리없이 다니던 때에 비해 갈 수 있는 곳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장애인으로 평생 살아왔지만 나보다 더 힘든 이들의 괴로움을 전혀 몰랐던 것”이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진지하게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남은 내 인생을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데 바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강 이사장은 올해 계획으로 연구소 내의 인권 상담센터 활동 강화를 꼽았다.
그는 “소외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이미 마련돼 있다. 하지만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들은 어떤 제도가 있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신청해야 하는 지 등의 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 상담센터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그는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장애인 권익 강사교육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기관이나 단체, 학교 등을 직접 강사들이 방문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를 알려야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변할 수 있겠죠”. 이들 강사는 매년 30명 씩 55시간의 교육을 거쳐 양성하고 있다.
강 이사장은 “강사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연구소 내에도 같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면서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준다는 말을 들었다. 스스로 몸의 불편함이 불러오는 마음의 괴로움을 잘 알기 때문인 것 같다”며 “이제부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부산 출신으로 동의대 대학원 한의학 박사를 거쳐 현재 광도한의원 대표원장을 맡고 있다. 2015년 올해의 장애인상, 2017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대통평 표창, 지난해 대한민국 참봉사인 의료부문 대상 수상 등 장애인의 권익 신장과 봉사에 힘쓰고 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