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억 들여 리모델링 진행
- 전시물 특성별 환경 마련
- 오션 제주·여성과 바다 등
- 제주 전시 전국적 관심 기대

“그동안 국립해양박물관은 전시관과 박물관의 중간 형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올해는 완전한 박물관으로 변신하기 위해 전체 리모델링과 특별전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16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주강현 관장이 박물관 리모델링과 올해 진행할 특별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16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만난 주강현(65) 관장은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인물이다. 해양수산부 르네상스위원장, 국회해양문화포럼 민간위원장, 해양문화 잡지인 ‘디오션’ 편집주간 등을 맡고 있으며 역사학 인류학 고고학 등 다방면에 걸친 관심사를 바탕으로 해양실크로드 문명을 탐구해왔다. 지난 25년간 국내 주요 등대는 물론 한 해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며 전 세계 주요 등대를 섭렵했으며 관련 분야 서적도 다수 출간했다.

그는 올해 47억 원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해양박물관 리모델링 작업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2층에 있는 어린이박물관을 1층으로 내리고 미술품을 수입·전시하는 오션 갤러리는 물론 해양 문명전도 계획하는 등 꼼꼼하게 설계하고 있다. 주 관장은 “그동안 해양박물관을 보면 박물관인지 전시관인지 성격이 애매모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집도 8년을 살았으면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필요하듯 박물관도 전시물의 특성에 맞게 습도와 햇빛 등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관장은 올해도 다양한 특별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북한의 바다’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행하고 있는 ‘등대(천년의 불빛, 빛의 지문)’ ‘강치멸종과 독도침탈-강치야 독도야’ 등 역사 문화적인 소재의 특별전시가 성공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등대 전시의 경우 프랑스 라민 작가가 세계의 등대를 보고 그린 일러스트 작품뿐 아니라 한국으로 초청받아 국내 등대를 본 뒤 그린 작품도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주 관장은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등대 관련 모형과 그림 등을 전시회에 무상으로 대여하기도 했다. 전체 작품의 30%에 이르는 양이다. 그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25년간 세계 곳곳의 등대를 연구할 수 있었는데 그 때 연구했던 내용과 수집한 유물 등을 국민과 공유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뜻 깊은 전시”라고 전했다.

올해 그는 ‘오션 제주’ ‘여성과 바다’ 등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주 관장은 “제주 전시는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은 데다 부산 영도구 주민의 30%가 제주도 출신이어서 고향 제주를 추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여성과 바다’ 전시는 부산에 있는 700여 명의 해녀를 포함한 여성과 바다가 어우러진 전시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는 2024년 인천에 들어서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에 대해서는 세간의 생각과 달리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 관장은 “해양의 파이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보면 인천에 해양박물관이 들어서고 언젠가 제주에도 들어선다면 좋은 일이다. 다만 전액 국비로 지원받는 인천과 달리 우리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인한 빚을 갚느라 다른 일을 할 돈이 없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2012년 7월 개관한 국립해양박물관은 BTL로 건립돼 민간시행자 해양문화㈜에 2032년까지 매년 62억 원 상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총사업비 1081억 원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아 예산을 온전히 사업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해양수도 부산을 내세우는 부산시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북항 제1부두에 항만박물관을 제대로 만들어 보자며 부산시와 의기투합했는데 결국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진행이 막혔다”며 “부산시는 입을 벌리고 떠먹여 주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부산시는 관광과 레저 분야를 해양과 아우르는 해양문화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출신인 주 관장은 경희대를 나왔으며 제주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등대의 세계사’ ‘독도강치 멸종사’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등 50여 권이 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