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가 생활비를 쪼개 모은 돈을 대학에 기부해 추운 겨울 주위를 훈훈하게 한다.
부경대학교는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거주하는 허정순(여·74) 씨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해 달라”며 800만 원을 기부했다고 15일 밝혔다. 허 씨는 3년 전부터 명절 등 자식들로부터 받은 용돈, 생활비 등을 아껴 모은 돈을 기부했다. 허 씨는 “언젠가 TV에서 70대 할아버지가 경비 일을 하면서 모은 월급의 일부를 기부한 뉴스를 봤다. ‘나도 좋은 일에 기부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7남매 집안의 맏며느리로 시집와 평생 어렵게 살았지만 절약하는 습관을 길렀다. 그는 “청소부, 파출부, 건설 현장 노동일 등 온갖 일을 다 해봤다. 자식들은 나처럼 힘들게 살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고생을 견뎠다”며 “이렇게 살면서 검소한 생활이 몸에 뱄다. 필요 없는 물건은 아예 사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절약해 모은 용돈을 아들이 졸업한 부경대에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모은 돈을 어디 기부할까 고민하다가 아들이 졸업한 부경대에 기부하기로 했다. 아들 공부 잘 시켜주고 좋은 직장을 다니게 해준 학교가 고맙다”고 말했다. 아들 이정호(45) 씨는 부경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해 현재 전문건설회사에 재직 중이다.

그는 끝으로 “평생 노동한 탓에 몸은 아프지만, 기부를 결심한 이후 기분은 좋다. 이제 나도 가치 있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며 “세상에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형편이 좋은 편이다. 앞으로 적은 금액이지만 열심히 저축해 또 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