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정권 정책방향 맞지만
- 취지 제대로 알리지 못해
-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
- 첫 걸음은 에너지 절약
- 태양광·풍력 가속화 당연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효율 극대화’가 올해 우리 나라 에너지 분야의 최대 이슈이자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시민연대 홍혜란 사무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에너지시민연대 사옥에서 올해 에너지 관련 주요 이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국내 에너지 관련 최대 NGO(비정부 기구)인 에너지시민연대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이 단체는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행동 요령을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2000년 6월 출범했다. 지금은 225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전국 단위의 에너지 연대 기구로 성장했다. 에너지 절약 운동은 물론 빈곤층 대상 에너지 실태 조사와 정책 토론회,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이런 활동은 단순히 사업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실태 조사와 토론회에서 나온 결과물은 정부 정책에 반영되거나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그 중심에는 에너지시민연대를 이끄는 홍혜란(57) 사무총장이 있다. 그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위원회 위원과 국회 기후변화포럼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홍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에너지 관련 주요 현안 ▷‘영구 정지’ 결정이 난 월성 원자력 발전소(원전) 1호기와 고리 원전 1호기 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전기요금 인상 이슈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정부의 에너지 관련 정책부터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이나 신재생 에너지를 정책 기조로 삼은 것은 원칙적으로 맞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정책의 취지를 국민이나 원전 인근 주민에게 정확히 알리지 못 했다는 점입니다. 상당수 국민은 ‘탈원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즉각적인 셧다운(폐쇄)’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고리 1호기만 해도 정부가 계획한 해체 완료 시점은 2032년입니다. 지금(2020년)부터 따져도 10년 넘게 걸린다는 의미죠.”

이와 관련해 홍 사무총장은 “탈원전 정책은 ‘커다란 가치’이기 때문에 찬반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것은 성숙하지 못 한 행태”라며 “2018년 숙의 기간을 거쳐 건설 재개가 확정된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공론화를 통한 숙의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 관련 다른 분야에서도 국민 참여를 지금보다 더 많이 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사무총장은 올해 국내 에너지 관련 주요 현안으로 ▷신재생 에너지(태양광·풍력 등) 가속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효율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완료 등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산업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에너지효율혁신전략’에 따라 미세먼지 감축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온실가스 감축 시설을 설치하려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전적인 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식 등이 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된 세부 실행 계획이 늦어도 올해 초에는 나와야 정부 역시 기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홍 사무총장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낭비 현상은 전기요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요금이 낮다고 전기를 펑펑 쓰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전기요금 현실화(인상)가 이뤄지면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금보다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이는 미세먼지 감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시민연대 역시 ‘에너지 절약 100만 가구 운동’ 등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사무총장은 경원대(경기 성남 소재)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경제정책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