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내역 다 기억 못할만큼
- 여러 단체에 이웃 돕기 후원
- 숨은 봉사의 달인으로 불려
- 팔각회서 나눔의 기쁨 배워
- 내가 받은 것들 사회에 환원
“부산 강서구에 불우이웃 돕기 생필품 500만 원어치 기탁, 부산진구에 라면 500만 원어치 기탁, 지역 장애인단체에 500만 원 상당 물품 후원,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주최 통일염원대행진에 500만 원어치 물품 후원….”
28일 ㈜영신금속 배순자(69) 대표에게 올해 한 기부를 묻고 들은 대답이다. 그는 “언뜻 생각 나는 것만 말했다. 기회가 날 때마다 기부를 하기 때문에 사실 다 떠올리지 못한다”고 했다. 이후 확인하니 ‘다 떠올리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이날 미처 듣지 못한 배 대표의 기부 내용 중에는 매년 한 지역의 복지단체에 1000만 원 이상의 현금과 물품을 지원하고, 이달 열린 ㈔부산아동복지후원회 후원의 밤 행사에 900만 원가량을 후원한 것도 있었다. 그의 지인도 “(배 대표는) 기부에 중독된 지역의 CEO 중 한 명이다. 틈 날 때마다 기부를 하니 기억을 다 못할 만 하다.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봉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전했다.
이쯤 되니 배 대표가 ‘숨은 봉사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유가 이해됐다. 보통의 기업체 대표가 기업을 알릴 목적으로 기부를 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그는 “그냥 기부에 물 들어서 사심 없이 한다”고 말했다. 기부를 받고 즐거워하는 이를 볼 때마다 자신이 선물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니 기부를 계속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배 대표가 봉사의 즐거움을 안 것은 현재 고문으로 있는 ㈔대한민국팔각회 활동이 계기가 됐다. 팔각회는 1966년 부산 경남의 사회지도층 인사 50여 명이 평화 통일 운동을 위해 발족한 민간 봉사·후원단체다. 통일 관련 단체 중 유일하게 부산에 본부가 있으며, 해외와 전국에서 1만2000여 명의 회원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덕에 정부 지원 없이 자립 운영한다고 한다. 배 대표는 2017년 52대 팔각회 총재를 역임하며 새터민 후원과 하나원 위문 등의 활동을 통해 최근 소외계층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이탈주민 지원에도 관심을 가졌다. 배 대표는 “알려진 것과 달리 팔각회는 이념성 없이 통일 운동을 하는 봉사단체”라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까 해 시작한 일이 계속 다른 분야의 봉사와 연결이 됐다”고 20여 년간 지속해온 나눔의 비결을 밝혔다.
요즘 배 대표는 지역의 장애인 지원에 집중한다. 매년 부산진구 장애인 협회와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에 각각 1000만 원가량을 후원하고, 최근에는 부산 한 사찰의 큰 스님에게 부탁해 공양미가 매년 지역 장애인 단체에 전달되도록 했다. 배 대표는 “사찰의 도움으로 매년 2000여 포의 쌀이 장애인 가정에 간다”며 “부산진구만 보더라도 장애인이 1만98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을 돕는 민간 단체가 홀로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워 후원을 시작했다. 지역 기업인이 과시성 후원만 할 게 아니라 진짜 어려운 장애인을 돕는 데 신경 쓰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기부·후원 외에 다른 봉사도 취미로 한다. 부산지방법원 조정위원과 동부지청 형사조정위원으로 6년가량 활동했다. 배 대표는 “살기가 팍팍하다 보니 돈 문제로 인한 갈등을 가장 많이 조정한다”며 “기업을 운영하면서 현금 운용에 밝은 이점을 살려 양측이 만족할 합의를 이끌어내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사 분쟁 조정 사례를 보면 요즘 황혼 이혼을 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의 갈등에도 돈 문제가 개입돼 있다”고 변화하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배 대표는 결혼 생활 45년째다.
경영 철학을 질문하자 배 대표는 “사업은 사람을 사귀는 것에서 시작한다. 핵심은 약속에 대한 믿음”이라고 답했다. 그는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을 경영하면서 다양한 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며 “은퇴 뒤 봉사의 길을 걸으며 그간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