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근성 낮고 콘텐츠 부족
- 2015년 개관 후 방치된 탓
- 예산·인적 자원 확대 절실
- “부산역·공항·시민공원 등서
- 전시회·프로그램 운영 계획”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확정했다. 일본은 1965년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에게 배상할 의무가 없다며 각종 경제보복 조처를 했다. 미쓰비시 등 일제 전범기업이 미국·중국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사과하는 모습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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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박철규 관장은 “일본이 한국 내에 일본 편이 많다고 생각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효 전문기자 |
지난달 취임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박철규 관장은 “일본이 한국을 얕잡아보기 때문에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한국 내에 일본 편이 많다고 생각해 당당하게 나오는 것”이라며 “일본은 해방 후에도 각종 재단을 통해 연구 지원 명목으로 한국 지식인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해왔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역사관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강제동원의 참상을 국민에게 알려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로 2015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국립 역사관 중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역사 자료를 수집, 전시하는 곳이다. 왜 부산에 생긴 걸까? 박 관장은 “일제강점기 부산항이 해외 강제 동원 출발지였고 강제동원자의 22%가량이 부산 출신이었다는 점, 부산항을 거쳐서 귀환한 사람이 200만 명에 달했다는 역사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항이나 부산역 근처에 들어섰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관은 찾아가기 어렵다. 산비탈에 위치한 데다 대중교통 수단은 마을버스에 그친다. 박 관장은 “부산역에서 택시를 타도 이곳을 아는 기사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R(증강현실)·VR(가상현실)을 이용한 자료가 없고, 해설사도 매일 같은 이야기를 설명해서 지겹다고 할 정도로 전시물이 바뀌지 않고 있다”며 접근성과 콘텐츠가 부족한 역사관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적 자원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관장은 “그동안 직원들이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노력해온 덕에 관람객이 계속 늘고 있다. 앞으로 사람들이 계속 올 수 있는 유인이 필요하다. 역사적 당위나 책무만으로 방문을 요구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교류전시, 해외 자료조사 등에 쓰일 사업비는 1억8000만 원으로 역사관 규모에 비해 빈약하다”며 “역사관 직원 중에 근현대사를 전공한 이도 찾기 어렵다. 내가 근현대사를 전공한 첫 번째 관장일 정도로 그동안 역사관에서 인적 자원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유일의 역사관이 왜 이런 대접을 받는 걸까. 박 관장은 “2007년 역사관 설립 기본계획안이 만들어졌지만 다음 해에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졌다.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다뤄야 하고, 승계가 돼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방치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현재 일제강점기 생활상을 체험하는 어린이체험관과 ‘찾아가는 역사관’을 구상하고 있다. 박 관장은 “역사관이 관람객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부산역·공항·여객선터미널·시민공원 등에서 전시회를 열고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대감도 드러냈다. 박 관장은 “한국과 상당수 아세안국가는 전쟁범죄에 의해 인권과 평화를 유린당한 경험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 각국 정상들이 역사관을 방문해 세계의 보편적 인식인 인권 평화 자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했다.
2021년 9월까지 임기인 박 관장은 부산대 사학과를 졸업했고, 동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한민국지식중심 상임이사, 명지대 초빙교수, 진실화해위원회 종합보고서 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