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산업구조 혁신 필요
- 대기업 중심 성장전략 대신
- 중개 연구 인프라 갖추고
- 산학연 아닌 新네트워크 구축
- 지역中企·연구물 간극 메워야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 김병진(49) 원장의 머릿속에는 지역의 산업 구조를 혁신하는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국제신문이 지난달 30일부터 연재하는 ‘신(新)강소기업’에서 내세운 화두인 ‘중개 연구’ 개념도 김 원장이 오래전부터 그려온 그림 가운데 하나다. 중개 연구는 연구·개발의 수행 주체인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성과물을 한데 모아 전문가가 시장성을 평가하고,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이 개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것은 아직 지역 사회에서 중개 연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지역 차원에서 이뤄지는 제도는 대부분 청사진에서 그렸던 이상적인 모델에서 벗어난 채 운영된다”며 “최근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로 말미암아 국내에서 소재·부품 국산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지역에도 ‘혁신’ 동력을 찾을 시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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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산업과학혁신원 김병진 원장이 3일 지역 연구·개발 발전에 필요한 ‘중개 연구’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
중개 연구 개념은 이런 구조적 한계점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수출 중심 성장 전략 속에서 정부의 지역 전략 산업이 마련됐다. 이 구조 속에서 지역 중소기업의 절대다수는 대기업에 납품을 성공하는 것만으로 수익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소재와 부품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특정 국가의 입김에 국내 산업이 휘청이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산업 구조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 단위라도 중개 연구 인프라를 갖추면 개별 기업 사이에서의 연구·개발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 산업계와 연구 성과물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 김 원장은 “국가에서 주는 과제는 대부분 먼 미래에 실현하는 기술이 대부분”이라며 “당장 실현 가능한 기술을 일찌감치 발굴하는 것으로, 지역 단위에서 중개 연구 모델을 만들어 제도를 확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개 연구 플랫폼에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다. 기술을 판단하는 것은 연구기관과 대학 소속의 석·박사급 인력이 가능하고, 시장성을 판단하는 것은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가 판단해 신속하게 판로를 연결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엔지니어의 참여도 중요하다. 연구실에서 나온 과제를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데 엔지니어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석·박사급 인력이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현장과 연구 결과물 사이의 괴리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중개 연구는 연구 결과물의 평가뿐 아니라 사람 평가까지 이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구성됐던 산·학·연 네트워크 체제를 벗어나 중개 연구를 수행할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원장은 특정 기관이 중심이 되는 구조의 중개 연구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때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기획과 구성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입체적인 시야를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부산테크노파크와 지역 소재 출연 연구기관, 대학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지역 산업 현장과 정책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부경대학교에서 화학공학 석·박사를 전공한 뒤 부산테크노파크에서 실무를 익혔다. 부산시 연구개발과와 과학산업과에서 과학기술전문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서 연구 성과 활용·확산을 평가하는 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