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대포 해변서 한 달간 열려
- 전시주제는 ‘상심의 바다’로
- 해양 오염과 인간의 삶 다뤄
- 12개국 작가 20점 전시 예정
- 관람객 작품 제작 참여 가능

“기념비적 조각 위주의 전시가 아니라 주제에 집중한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관람객에게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보는’ 미술이 아닌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읽는’ 미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서상호 전시감독이 올해 바다미술제 전시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다음 달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다대포해수욕장에서 한 달 동안 열리는 2019 바다미술제 서상호 전시 감독을 만났다. 그는 “그동안 바다미술제에 작가, 스태프로 여러 번 참여했지만, 처음으로 감독을 맡아 전시를 기획하다 보니 새롭다. 하지만 미술제의 주인공은 작가다. 작가에게 제작비를 제대로 지급하고, 작품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가 내세운 전시주제는 ‘상심의 바다(Sea of Heartbreak)’다. ‘상심의 바다’는 싱어송라이터 돈 깁슨이 1961년 발표한 명곡에서 착안했다. 돈 깁슨의 노래 속 바다가 실연의 아픔을 은유하는 공간이라면, 이번 전시에서 조명하는 바다는 환경과 생태, 삶의 터전 등 다층적인 의미를 가진 공간을 지칭한다. 여기에 미술 생태계 내 자정 노력의 의미도 더했다.

“전시주제의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훼손된 자연환경이 야기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개인과 사회, 인류의 영역으로 확장해 그 이면에 존재하는 상처를 들여다볼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는 예전 바다미술제 자체의 문제점들, 미술 생태계 내 자정 노력을 은유하는 작품도 선보일 것입니다. 바다미술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습니다.”

그는 올해 바다미술제의 가장 큰 특징으로 예년보다 작품 수가 줄고, 단순히 사전에 설치한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제작 과정까지 하나의 작품이 되는 점을 꼽았다. 전시와 함께 학술, 참여형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그는 “초심으로 바다미술제의 역할과 기능을 고민했다. 예술과 삶을 연결하려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부산시민과 다 함께 즐기는 축제로 만들려고 한다. 일례로 홍콩 대만 태국의 예술단체가 자국에서 진행 중인 환경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품 설치 전인 만큼 서 감독은 작품의 큰 틀만 공개했다. “수평적인 공간인 해변에 스케일이 큰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예년엔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올해는 12개국 20점의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관람객이 들어가서 작품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작품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1인 창작자가 아닌 다수의 작가가 참여하는 협업 방식의 작업도 더해질 예정입니다. 환경과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사유의 장이 될 것입니다.”

서 전시 감독은 동아대 섬유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대안공간 오픈스페이스 배를 운영하며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기획 전시 유치 등 지역 예술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산복도로 1번지 프로젝트(2006∼2009년)와 무빙 트리엔날레 메이드인 부산(2014년) 등을 주도하면서 예술 대중화에 기여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국제 작가 교류 프로그램과 한국대안공간 협의회 활동을 통해 쌓은 아시아 작가들과의 인맥이 전시를 기획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바다미술제 기간 세계 최고 권위 미술제 ‘카셀 도큐멘타 2022’의 전시 총감독(디렉터)으로 선정된 인도네시아 출신 작가 그룹 ‘루앙루파’가 참석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인맥 덕분이다.

“전시 기간 태풍의 영향 또는 해수욕장 특성상 작품이 훼손되거나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 역시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또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부산 시민의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