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특성 고려 않고 같은 규제
- 조정지역 3개 구 서민 피해
- 중개업소 등 관련 산업 초토화
- 불법 면허대여로 어려움 가중
- 공인중개사 시험 개편 필요성

“부산의 부동산 시장은 조정대상지역이 일부 유지되면서 주택 거래가 원활히 되지 않는 이른바 ‘동맥경화’ 현상을 보입니다.”

최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장으로 선출된 유병규 씨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지난 25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이하 협회) 12대 지부장으로 선출된 유병규(70) 신임 지부장은 부산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일선에 있는 공인중개사가 체감하는 지역 부동산 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산에는 개업공인중개사 6882명, 소속공인중개사 1550명, 중개보조원 6353명이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악화하면서 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보다 폐업하는 공인중개사가 늘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596명이었지만 폐업한 공인중개사는 617명으로 21명이 더 많았다.

유 지부장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수입이 월 100만 원 이하인 중개업소가 전체의 60%에 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폐업하려고 해도 임대 계약이 남아 억지로 영업을 하는 곳도 많다. 실제 중개 업무 실적이 한 달에 한 건이 안 되는 곳도 많다. 경기 악화에 규제까지 겹치면서 업계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이 안 좋다고 말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이사 인테리어 도배 등 관련 업계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역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까지 악화한 원인은 무엇일까. 유 지부장은 서울 등 수도권의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 위한 초강력 정책에 부산이 애꿎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과 부산은 차이가 큰데 서울과 똑같은 규제를 부산에도 적용한다. 그러면서 일부 지역(해운대·수영·동래구)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서울도 고가주택소유자도 다주택자도 아닌 조정대상지역 내 노후 주택과 저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사를 가려 해도 대출로 규제받고 집은 오래돼 팔리지도 않고 전세를 내놓아도 나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 지부장은 이번 선거에서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데 노력하고 불법 중개업자, 떴다방, 유사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인중개사협회 중앙회와 협력해 공인중개사 시험을 절대 평가에서 상대 평가로 조정하는 방법도 논의할 계획이다. 유 지부장은 “불법 중개업자 때문에 부동산 업계의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 다운계약서 같은 불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관성 없는 절대 평가로 공인중개사가 과다 배출됐고 현업에 종사하는 공인중개사 수도 적정 수준을 초과해 수입이 극도로 적어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생존 과당 경쟁 탓에 중개의 질 또한 떨어져 각종 중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른바 ‘장롱 면허’가 많고 이들이 자격증을 불법으로 대여한다”고 지적했다.

유 지부장은 부동산 시장에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이게 하려면 무엇보다 해운대·수영·동래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유지된 곳에서만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부산 모든 지역 공인중개사협회 지회가 나서 국회의원과 지자체를 압박할 계획이다. 협회 차원에서 ‘조정지역 해제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지부장은 오는 21일부터 3년간 지부장 업무를 맡는다. 1977년 동아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유 지부장은 1985년 제1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 사하구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