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종된 허재용 항해사의 누나
- “여야 공청회서 수색 미흡 인정
- 선원 유해 추정 뼈 발견됐지만
- 수색업체 계약으로 수습 안해
- 희망 안고 아직 동생 세금 납부”

2017년 3월 우리나라 선원 8명을 태운 채 남대서양 심해 3500ｍ 아래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선원 유해로 추정되는 사람뼈가 지난 2월 발견됐다. 그러나 정부는 수색업체와의 계약 문제로 선원의 유해를 수습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 6월 심해수색 계약 기간이 끝났다. 여전히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원들은 바닷속에 갇혀 있다.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외교부가 1차 심해수색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만큼 2차 수색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우 선임기자

“외교부, 해양수산부, 외부 전문가 등 모두가 1차 심해수색을 ‘미흡하다’고 평가한 만큼 2차 심해수색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851일째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실종 선원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허영주(41)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28일 2차 심해수색을 촉구했다. 허 대표는 실종 선원인 허재용 2등 항해사의 큰누나다.

지난 23일 여야 5당이 주최한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 평가에 관한 합동 공청회’에서 외교부도 1차 심해수색에 대해 “미진한 부분이 많다”며 인정했다. 여야는 2차 수색 등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날 공청회에는 외교부,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해양경찰청 관계자와 실종 선원 가족들이 참석했다.

허 대표는 “외교부는 유해 수습과 관련해 예산이 부족했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그 예산을 책정했던 기관은 애초부터 외교부”라며 “외교부가 처음부터 예산을 잘못 설정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가족대책위는 외교부에 심해수색 업체와 계약한 내용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는 “사고가 난 지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유해가 소실되면 외교부 책임”이라며 2차 심해수색을 촉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진상 규명도 요구했다. 정부는 1차 심해수색에서 선박 블랙박스인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했고 영국의 전문업체에 데이터 추출을 의뢰한 상태다. 허 대표는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들었다”며 “추정에 의한 원인 규명이 아닌 명확한 근거에 의한 진상 규명 결과보고서를 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부산지검은 부산에 본부를 둔 스텔라데이지호의 한국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의 회장 등 선사 관계자를 선박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시계는 사고가 발생한 2017년 3월 31일에 멈췄다. 허 대표는 “2년 반째 삶이 정지됐다. 칠순 넘은 어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진상 규명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국가는 우리를 내팽개쳤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허 대표는 일과 진상 규명 투쟁을 병행하고 있다. 관련 공청회가 열리면 회사에 연차를 내 참석하고 지역 일정은 주말에 소화해 내는 식이다. 허 대표는 “첫해에는 휴직을 했다. 지금 가족 중 일을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먹고살아야 해서 일과 투쟁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지금도 재용 씨를 기다리고 있다. 허 대표는 “동생이 어디에선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으니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며 “아직도 찾지 못한 구명벌에서 동생이 탈출해 무인도에서 어떻게든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며 눈물지었다. 허 대표는 지금도 동생의 주민세, 보험료 등을 납부하고 있다.

한편, 가족들은 지난 6월부터 매주 화·목요일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 앞에서 실종선원들의 생환을 바라며 기도회를 열고 있다. 허 대표는 “아직 한 번도 외교부 담당자가 기도회에 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