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 점주만 1000여 명 달해
- 유통공룡에 맞선 골목상권
- 경쟁력 더 키워야 생존 가능
- 휴대전화 제조사 보안 이유
- 홍보문자 기능 축소해 ‘한숨’
“동네 슈퍼가 점점 사라지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홍보할 수단마저 가로막혀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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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동부슈퍼마켓협동조합 백판용 이사장은 동네 슈퍼가 처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물류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정빈 기자 |
13일 동래구 부산동부슈퍼마켓협동조합 물류센터 사무실. 이곳에서 만난 조합 백판용(68) 이사장은 동네 슈퍼가 사라져 가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1990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전국의 51개 협동조합이 연합해 만들었고 3만여 명의 회원이 있다. 코사마트(KOSAMART)라는 공동 브랜드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부산에는 부산동부슈퍼마켓협동조합을 포함해 4곳의 협동조합이 있다. 현재 부산동부슈퍼마켓협동조합에는 말 그대로 동네 슈퍼, 마트 업주 52명이 정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도매로 물건을 사 가는 비회원까지 합치면 1000여 명의 점주가 조합의 물류센터를 이용한다.
백 이사장은 동네 슈퍼가 힘든 이유를 간단하게 정의했다. ‘물류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물류 시스템을 우리가 따라갈 수 없다. 영세한 점주가 모여 대규모 투자를 못 할 뿐만 아니라 시스템이 없어 물품을 신속하게 공급하기도 어렵다”며 “그런데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아직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주는 편의점에서는 1700원인데 동네 슈퍼에서는 1200원이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동네 슈퍼의 특징을 이야기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슈퍼 하시는 분들은 연세가 대부분 60, 70대다. 이분들은 새로운 물류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동네 슈퍼의 경쟁력이 더 떨어지고 있다. 대부분 업주가 그냥 이대로 몇 년 더 하다가 문 닫을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최근 불거진 문자 메시지 URL(인터넷상의 파일 주소) 기능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조합에 소속된 동네 슈퍼나 마트는 그동안 문자 메시지에 URL을 함께 첨부해 웹페이지 미리 보기 기능으로 상품 전단지 등을 보내며 손쉽게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 백 이사장은 “문자 메시지에 웹페이지를 함께 전송하면 미리 보기 기능을 통해 조합의 물류센터가 지닌 상품 정보 등을 점주에게 쉽게 홍보를 할 수 있었다. 점주들도 이를 통해 단골 등을 상대로 홍보와 마케팅을 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기능이 마비됐다”면서 “휴대전화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보안상의 문제로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해당 기능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백 이사장은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이런 방법 말고도 다양한 광고 수단을 갖고 있지만, 영세한 상인에게는 그야말로 치명타라고 밝혔다. “나이 많은 슈퍼 점주들이 무슨 광고를 할 수 있겠습니까. 고작 싼값으로 단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게 전부였는데, 이마저도 막히니 어려움이 큽니다.”
값이 저렴하고 정감 있는 동네 슈퍼를 살리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백 이사장이 내놓은 답은 간단했다. 대형 유통업체만큼은 아니지만, 점주와 물류센터가 소통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상품 전단지 등이 들어간 간단한 홍보, 마케팅 수단을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 지출 증가와 국내 경기 둔화로 인한 매출 감소 등 여러 악재가 쌓인 상황에서 대형 유통업체가 골목까지 치고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이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동네 슈퍼가 대기업의 차지가 되면 서민은 비싼 돈을 주고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 만큼 동네 슈퍼를 일으켜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