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합 클럽 인수해 리모델링
- 평균 80명 이상 관객 꾸준
- 연주·기획자 등 직함만 6개
- “고품질 공연으로 감동 선사
- 지역 뮤지션 관심 가져달라”

“‘노드(node)’는 ‘연결 지점’을 뜻하는 네트워크 용어예요. 음악 하는 사람들 말고도, 더 다양한 마니아가 찾는 공간이 되길 원했습니다. 많은 관객을 품고, 궁금해서 찾는 이들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곳이요. 음악씬과 대중 사이 완충지대 역할이라고 할까요?”

이광혁 클럽 노드 대표가 “부산 음악씬이 발전하려면 팬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이광혁(35) 클럽 노드 대표가 밝힌 ‘노드’의 탄생 배경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경성대 앞 힙합 클럽 ‘레블’을 인수해 펍을 겸한 라이브 클럽 ‘노드’를 열었다.

공간이 주는 첫인상은 우선 예쁘고 화사하다. 흔히 건물 지하에 위치해 비밀스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클럽과는 사뭇 다르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쾌적한 라운지, 예쁜 소품과 배경이 눈길을 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공연을 경험하고 재방문으로 이어지길 원했어요. 그래야 라이브 클럽이 자립하고, 뮤지션에게 무대가 생기고, 관객층이 넓어질 수 있으니까요.”

지역 인디씬이 유지되고 다양한 예술이 펼쳐지길 원한다는 그의 바람은 지난 2개월여 동안 노드에서 무난히 이뤄졌다. 정태춘, 세이수미, 천세훈, 해피피플, 뱃사공이 성공적으로 공연을 치렀고 힙합하는 고등학생도 공연을 열었다. 평균 80명 이상 관객이 꾸준히 왔다.

함께 진행 중인 젊은 사진작가 김소정의 전시도 반응이 좋다. 노드가 직접 기획해 초청한 전시다. “춤, 음악, 시각예술 등 모든 것이 함께하는 융합적 문화 조성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공연이 없는 평일 펍을 찾는 손님도 많다.

문화공간이 아쉬운 부산에서 ‘노드’는 소중한 문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길고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노드의 탄생은 오래전부터 부산에서 활동한 이광혁 대표라 가능했다. 그는 부산을 대표하던 록 밴드 ‘스카웨이커스’의 리더이자 드러머였고, 부산의 인디레이블 ‘루츠레코드’를 맡았으며, 지금도 ‘노동예술지원센터 흥’과 인디뮤지션 기획사 ‘부산인디언즈’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밴드 하퍼스, 루츠리딤, 버스트오케스트라 멤버이자 해피피플 세션으로도 활동 중이다. 연주자, 기획자, 공연장 운영자 등 맡은 직함만 6개. 구상 중인 프로젝트도 여러 개라 직함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는 “여러 팀에서 연주하는 것은 나를 위해서다. 다양한 연주를 한 팀에서 풀어내는 건 화가 될 수 있다. 여러 팀에서 다양한 음악을 표현해 내는 게 즐겁다”고 웃으며 “내가 기획자인지, 활동가인지, 뮤지션인지 나도 모르겠다. 순간순간 달라진다. 집중해야 하는 시기도 오리라 생각하는데, 올해는 뮤지션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 경험하며 많은 것이 쌓였고, 그와 함께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부산의 음악씬이 살아날까, 관객이 가까운 공연장을 계속해서 찾고, 뮤지션이 오랫동안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드의 중·장기 계획은 성공적인 브랜딩 만들기이다. 클럽을 유지하기 위해 준비가 덜 된 공연을 올려 관객 참여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고 싶다는 마음이다.

관객이 흔쾌히 돈을 주고 공연을 보는 예술공간으로 남고 싶은 목표도 있다. “노드에 가면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공연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경성대 라이브 클럽이 다 함께 더 좋은 공연을 만들어 ‘색깔 있고 좋은 무대가 경성대 앞에 있다’고 떠올리도록 노드를 예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덧붙여 관객에게도 부탁하고 싶어요. 지역에서 벌어지는 문화와 활동하는 뮤지션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주변의 뮤지션에 귀 기울여 주세요. 흔히 말하는 ‘주류’ 음악 외에도 좋은 음악, 정말 많거든요.”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