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기업가치만 4136억 원

- 과거 1장짜리 기획서 만들어
- 쇼핑몰 G마켓 탄생시킨 주역

- 세계 유일 기술력 가진 中企
- 롯데캐논과 연계해 제품 양산

롯데그룹 산하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운영하는 ‘L-Camp(이하 엘캠프)’가 지난 25일 BIFC에서 열린 창업 네트워크 ‘부스터’에서 보육기업 ‘무스마’에 2000만 원을 투자하는 협약식을 진행하며 부산 사업의 출발을 알렸다. 무스마는 산업 현장에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산업재해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 기업이다.

롯데액셀러레이터 김영덕 상무는 “보육 스타트업 사업을 롯데그룹 계열사와 연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VC)과의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활발하게 스타트업을 발굴 중인 롯데액셀러레이터 김영덕(51) 상무는 “지분 투자는 최소한의 명분일 뿐, 중요한 것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네트워크”라며 “새로운 기술을 내놓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폭발적인 성장이 중요한데, 대기업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빠르고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도 벤처업계에서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다. 인터파크 재직 시절 김 상무는 1장짜리 기획서를 만들어 곧장 사장실을 찾았다. 1장짜리, 단 9줄로 적은 기획안은 국내 대표 온라인 쇼핑몰 ‘지(G)마켓’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김 상무는 “온라인에서 가격을 제시해 구매할 수 있는 ‘상품 거래소’를 만들고, 누구나 상품을 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곧장 회사로부터 2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추진했다”고 회상했다.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상품 거래의 자율성을 확보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국내에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김 상무는 이후 롯데정보통신 CTO(최고기술경영자)로 자리를 옮긴 뒤 롯데액셀러레이터 사업 총괄을 맡게 됐다.

2016년 출범한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성과 지표도 성공 가도를 달리는 스타트업의 성장세 못지 않다. 1~4기가 입주할 당시 기업 가치는 총 1344억 원이었는데, 현재 기업가치는 4136억 원에 이른다. 입주 기업의 고용 인원은 총 343명이었지만 올해 기준 559명으로 63% 증가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보육 스타트업 사업을 롯데그룹 계열사와 연계하는 데 주력한다. 링크플로우는 4개의 카메라에 기반해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어 360도로 현장을 보여주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문제는 제조. 김 상무는 “하드웨어를 제조하려는 스타트업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부품 조달 등 제조 단계에서 사업이 가로막힐 때가 많다”며 “링크플로우는 롯데캐논과 연계해 롯데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받아 제품을 양산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엘캠프가 전국 단위로 스타트업을 발굴한다면 부산 엘캠프는 지역과 동남아 스타트업 발굴의 거점 역할을 한다. 현재 운영 중인 엘캠프 부산 1기는 8개의 지역 스타트업과 2개의 해외 스타트업(홍콩 베트남)이 입주했다. 김 상무는 “우수한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재와 항만 인프라 등이 어우러져 지역 창업 생태계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며 “쾌적한 환경과 어우러져 젊은 층이 선호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김 상무는 지역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VC)과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 상무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는 경쟁의 영역이 아니라 협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함께 발굴하고 동시에 투자한다면 스타트업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 엘캠프 출신 스타트업과 지역 엘캠프와 관계도 강화한다. 이미 이달 초 공동 워크숍으로 지역의 경계를 허물었다. 대구 출신인 김 상무는 인터파크에서 CTO, CSO(보안 총괄), CMO(마케팅 총괄)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00년 지마켓 설립자로 활동했다. 2015년 롯데정보통신으로 자리를 옮긴 뒤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는 데 힘을 보탰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