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서 라이더로 2년째 근무
- 권익 찾기 1인 시위로 화제
- 100명 조합원 내년 5월 발족
- 부산대 출신·알바노조 활동
- “부당함 맞서야 사회도 변화”
재난급 폭염을 기록하던 지난여름, 서울 맥도날드의 한 지점 앞에서 ‘폭염 수당 100원’을 외친 청년이 있었다. 맥도날드에서 2년째 배달원으로 일하는 박정훈(33) 씨다. 그의 월수입은 150만 원가량이다. 당시 10일 가까이 이어졌던 그의 1인 시위는 연일 보도되는 등 그야말로 화제였다. 기후 변화라는 시대적 화두와 더불어 폭염 수당이라는 생소한 요구 때문이다. 폭염 수당의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 그는 현재 배달업 종사자 노동조합인 ‘라이더 유니온’을 설립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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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업 종사자 노동조합인 ‘라이더 유니온’을 준비 중인 맥도날드 배달원 박정훈 씨가 올여름 폭염 수당 100원을 요구하게 된 계기를 말하고 있다. 이용우 선임기자 |
박정훈 씨가 ‘폭염 수당 100원’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박 씨는 “폭염 속에서 배달을 다녀온 동료가 ‘어지럽다’고 하더라. 이러다가 죽겠다 싶어서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지난 7월 배달 한 건에 ‘폭염 수당 100원’과 더위가 심할 때 ‘배달 주문 거부권’을 요구했다.
폭염 수당 1인 시위는 현재 ‘라이더 유니온’ 설립으로 번졌다. 박 씨는 “1인 시위와 관련해 많이 보도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함께’ 이 운동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해 노동조합을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조합원 100명을 모아 내년 5월 발족할 계획이다. 현재 창원, 거제, 충주 등 전국에서 20명가량 가입했다. 본사가 직접 고용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인 가맹점 고용 노동자, 배달 건당 수수료만 받는 개인사업자(특수고용직)를 아우르는 것이 목표다.
라이더 유니온의 제1 과제는 오토바이 보험료 인하다. 박 씨는 “배달 오토바이 보험료 경우 연 300만~500만 원가량이다.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며 “이 문제는 배달대행사에도 큰 부담이다. 라이더 유니온이 발족하게 된다면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보험료를 인하하는 데 공감대가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재보험 의무가입 등 추가 ▷폭염 미세먼지 등 날씨 수당 지급 ▷기상 악화 시 작업 거부권 도입도 포함시켰다.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은 대학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그는 2008년 부산대학교 사회대학 회장을 역임했다. 그의 ‘역사적인’ 공약은 바로 강의실 개방. 시험기간마다 도서관 열람실 자리를 잡으려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위해 수업이 끝난 빈 강의실을 독서실로 열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부산대 최초였다. 박 씨는 “사회대에서 이 공약이 먹히자 다른 단과대학으로 퍼져 나갔다”며 “학생 복지는 간식 나눠주기가 아니다. 학교가 가진 자원을 학생에게 나누는 것이 진정한 복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내건 ‘시험기간 내 강의실 개방’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끊임없이 사회에 ‘할 말은 하는’ 그의 원동력은 ‘불편함’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박 씨는 “사회를 바꾸고 싶다. 대의에 헌신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문득 사람이 대의에 먹히게 되면 오만해지고 판단이 흐려진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 성찰 없는 대의는 위험한 칼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넘어갔을 때 그 불편함을 견디기 힘들다. 부당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잠이 오지 않더라. 결국 날 움직인 건 단순히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알바노조 위원장으로 일했던 박 씨는 라이더 유니온 발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 가입하는 100명에 한해 장갑, 미세먼지 마스크, 브레이크 레버 등 방한용품을 우선 지원한다. 라이더 유니온에 가입하고 싶다면 페이스북(facebook.com/riderunionzzang)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박 씨의 폭염 수당 요구에 대해 본사는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