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개의 사업 벌여 24개 좌절
- 그럴수록 더 높은 목표 세워
- 국내 1위 영어교육회사 우뚝
- “부산 특유 끈기는 사업 밑천
- 고향 도시재생에 기여할 것”
8년간 27번의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총 24번을 실패한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계속 도전했을까. 결국, 월 매출 340만 원이던 회사를 3년이 채 안 돼 연간 매출 600억 원의 업체로 키워낸 뒤 비로소 ‘그간의 실패는 실험일 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뚝심의 부산 사나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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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나두 김민철 대표가 여러 번의 실패를 딛고 회사를 성장시킨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실패를 밥 먹듯 했던’ 주인공은 온라인 영어 교육회사 ‘야나두’의 김민철 대표다. ‘야, 너두 영어할 수 있어, 야나두처럼’. 배우 조정석이 광고에 등장해 던지는 이 멘트, 누구나 들어왔을 것이다. 이 광고에 힘입어 야나두는 동종업계의 75%를 차지하고 있던 1위 업체를 단숨에 제치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특강차 부산에 온 그를 지난 6일 밤 만났다. 부산 영도 출신으로 동아대를 졸업한 김 대표는 창업에 발을 디딘 지난 8년간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았다. 신문사, 카페, 도시락 사업 등 27개의 사업에 도전했고 그중 24개는 실패로 끝났다. “2002년 서울로 올라가 오락실 캐셔로 시작해 광고대행사에 2년간 근무했습니다. 그 후 통신회사 KT에 들어갔죠. 다들 부러워하는 대기업이었지만 틀에 잡혀 있는 생활이 저와 맞지 않았어요. 2년6개월 만에 사표를 썼습니다.”
백수가 된 후 뭘 할지 고민하다 뼛속까지 ‘야구 광팬’인 자신을 떠올렸다. 광고대행사에서 일할 때 롯데자이언츠의 엠블럼과 야구점퍼 등을 만들어 인기도 끌었다. 2010년 부산으로 온 그는 퇴직금에 대출금 등을 더해 1억 원의 자본금으로 롯데자이언츠의 신문 ‘갈매기 타임즈’를 창간했다. 첫 번째 창업, 결과는 대실패. 8개월 만에 ‘매출 0원, 빚 2억여 원’의 성적표만 남았다. “사직야구장에서는 신문지를 찢어서 응원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거기에 착안해 야구 신문을 야구장에 공급하면 성공하겠다 싶었죠. 광고는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한 ‘한 방’이라 시장조사와 분석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 망한 거죠.”
첫 실패는 다음 성공을 위한 자양분이 됐다. 실의에 빠져 신문사 운영 기간 찍은 1만여 장의 사진을 스크롤하다 전광석화처럼 새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냈다. 미키마우스 머리띠에 선수 이름이나 응원 문구를 붙여서 파는 것이었다. “머리띠 100개가 15분 만에 동이 나 50만 원을 벌었어요. 전 구단에 머리띠를 납품해서 1년 반 만에 빚도 다 갚고 종잣돈 3억 원도 챙겼습니다.”
그의 진가는 종잣돈을 ‘EBS 토익목표달성(토목달)’에 투자하면서 발휘됐다. 환급 프로그램을 업계 처음으로 적용해 연 매출 2억 원 회사를 1년6개월 만에 150억 원 매출로 성장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2016년 영어교육회사 ‘야나두’를 인수했다. 조정석을 내세워 1억 원의 광고비를 들여 제작한 본편 대신 온라인용으로 30분 만에 제작한 바이럴용 광고가 대박을 쳤고, 2017년 1월 하루 매출 14억 원을 달성하는 기염도 토했다. 인수 당시 월 매출 340만 원으로, 30억 원이던 회사 잔고가 11만 원까지 바닥 쳤던 야나두의 올해 예상 매출은 600억 원. 현재 IPO(기업공개)도 추진 중이다. 그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난 목표로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정말 바라는 것을 할 수 있고, 진짜 잘하는 게 된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고향 후배에 대한 애정과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부산에 올 때마다 많은 분을 만나는데 목표하는 꿈의 크기가 서울과 천양지차다. 서울 사람이 전국, 세계를 무대로 한다면 부산은 훨씬 규모가 작다. 꿈의 크기가 다르면 방법과 계획의 치밀성도 달라진다. 큰 꿈을 꾸는 사람이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부산 사람의 기질이 창업의 성공요인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내가 낸데’하는 자존심은 반드시 해내겠다는 집요함과 끈기로, ‘센 허풍’은 꿈의 크기를 키우고 목표를 높게 잡을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정’은 인적 네트워크를 쌓기 더없이 좋지요.” 그는 부산 출신으로서의 ‘기질’이 실제 자신의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여긴다.
야나두를 안정적인 기반에 올려놓은 뒤 고향 도시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멋지게 하고 싶다는 그, 인터뷰 말미에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 젊은 분들, 야, 너두 할 수 있어.”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