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첫 외부인사 감사관

- 변화 예고, 혁신방안 제시

- 공직적폐신고센터 운영

- 내부고발 등 공익제보 강화

- 시민감사옴부즈만委 등 도입

“내부 공무원이 조직과 사람을 잘 알아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는 장점은 있겠으나 아무래도 동료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솜방망이 처벌’과 같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온 만큼 어디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율적이며 엄정하고 공정한 처분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변호사 출신 류제성(43) 부산시 신임 감사관의 취임 일성이다. 부산시는 지난달 10일 처음으로 외부 인사 출신의 감사관을 임명했다. 감사관직은 이미 2011년 개방형 공모직으로 전환됐으나 지난 7년간 줄곧 내부 공무원이 감사관을 맡아오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개방직 전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끄는 민선 7기 부산시는 과감하게 외부 인사를 감사관에 앉혔다.

지난 한 달간 업무 파악을 마친 류 감사관은 세 가지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때마침 오 시장이 감사실에 강력한 혁신 방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며, 감사실에 부분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먼저 ‘공직적폐신고센터’(가칭)를 오는 15일부터 연말까지 75일간 운영한다. 이전에도 공무원 부조리를 신고하는 창구(청렴소리함)는 있었으나 이와 별도로 공무원 비위·비리에 한정하지 않고, 불합리한 조직문화 전반에 관한 제보를 받는 특별신고센터다. 시와 구·군, 산하 공공기관, 시와 연관된 민간단체 등의 관계자 비위는 물론 민원인 상대 갑질, 잘못된 관행을 시청 홈페이지(www.busan.go.kr) 배너나 전화(051-888-1722)를 통해 신고하면 된다. 류 감사관은 “익명성은 철저히 보장된다. 믿고 제보해달라”고 시민에게 부탁했다.

공익제보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익신고자 보호 조례(2016년 11월 제정)가 있긴 하나 유명무실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공익신고 범위를 민간 영역까지 확대해 기업형 비위 등 사회적으로 중대한 비리도 시에 제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공익제보로 인해 제보자가 피소되거나 보복으로 생계가 어려워질 경우 시가 법률비용을 보전하거나 포상·보상으로 생계를 지원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다. 이와 함께 ‘내부고발상’과 같은 시상제도를 만들어 공익제보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류 감사관은 “공익제보는 사회의 투명성과 청렴도를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므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하반기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민간위원 5명으로 구성될 옴부즈만위는 행정 관료의 불법행위 또는 부당한 처분으로 피해를 본 시민이 구제를 호소하면 이를 조사하고 시정을 촉구함으로써 시민 기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공적 기구다. 옴부즈만 제도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둘 수 있으나 부산시는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는 이미 가동해 성과를 내고 있어 대비된다. 류 감사관은 “옴부즈만은 시 감사관실과는 별도의 독립위원회로 시민이 부산시를 직접 감시하고 조사해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감사실 인원 증대, 감사직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해 내부 직원의 사기도 북돋울 계획이다. 류 감사관은 “모든 직원은 감사관실의 원래 기능이 조직에 자정능력을 부여하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정권이 바뀌었고 감사관도 외부에서 처음으로 왔으니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며 공무원 사회에도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류 감사관은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민대 석사를 거쳐 부산대에서 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법연수원 33기로 2004년 합동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국가정보원 통일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주요 부처와 기관에서 일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도 역임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