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의료수준 불구
- 환경변화 대응 속도 느려
- 홍보 담당자들 깊은 고민
- 내달 열리는 협회 세미나
- 다양한 주제 의견나눌 것

의료계에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바람 속에서 ‘디지털헬스케어 메가트렌드’라는 명제를 어떻게 홍보할지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부산울산경남 병원홍보협회 회원들이 그렇다. 부울경 병원홍보협회에는 대학병원 7곳을 포함해 300여 병·의원 및 한의원의 홍보 담당자뿐 아니라 원무, 기획 담당자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창효 부산울산경남 병원홍보협회장이 27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병원 홍보인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밝히고 있다.

박창효 부울경 병원홍보협회장은 27일 “초연결·초지능을 특성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개인이 습득하는 정보에 한계가 있고 홍보해야 할 일이 다양해지면서 정보·학술 교류와 유대 강화를 목적으로 결성된 병원홍보협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고신대복음병원 홍보협력과장으로 근무하면서 부산의료관광전문가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기술과 산업이 융합해 혁신의 속도가 지식 습득의 속도를 앞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어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인력과 인프라를 자랑하지만 클러스터나 협의체를 만들어 대응하는 현장의 속도가 느려요. 저비용, 고효율의 인공지능(AI)과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가 시작됐지만 의료산업은 아직 노동집약적인 부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병원 대부분이 새로운 규제, 법령, 기술을 따라가기 급급한 게 현실이죠.”

그는 “옛 방식을 고집하는 병원 홍보는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어 홍보 담당자들의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의료계는 의료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동시에 의료기관 인증평가, 각종 질환별 평가를 받아야 하고 감염으로부터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산 넘어 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런 고민을 함께 풀기 위해 부울경 병원홍보협회가 1년에 2회 개최하는 세미나 주제를 진료, 첨단 의료장비, 행사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서 벗어나 병원 마케팅, 원무, 기획에 이르기까지 병원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쪽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 4월 13일 ‘브랜드보다 강한 스토리를 만들다’는 주제로 상반기 세미나를 연 데 이어 다음 달 26일 오후 2시 부산 대동병원에서 ‘병원 홍보인이 준비해야 할 지금과 미래’를 주제로 하반기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그는 “이번 세미나에서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의 저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와 이세라 의료광고심의원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인구 감소에 따른 병원 생존전략과 의료광고 심의 부활에 관해 강의를 듣고 토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관광 전문가로서 노하우를 소개했다. 그는 10년 전 의료관광에 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부터 이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네트워크 확장과 인맥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덕분에 고신대복음병원은 러시아를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몽골, 카자흐스탄의 50여 현지 병원과 협약을 맺고 부산지역 의료의 우수성을 알리고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알마티와 몽골 울란바토르에 부산시 원격 거점의료센터를 개소했다. 그는 의료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지속성’과 ‘진정성’을 꼽았다. “수도권 병원 상당수가 외국 병원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사진을 찍고 나면 후속 교류가 없어 현지 병원으로부터 신뢰를 잃는 경우를 무수히 봐왔습니다. 의료관광은 다른 병원이 한다고 따라가서는 안 되고 멀리 보고 진심으로 접근해야 결실을 볼 수 있어요.”

그는 “고신대복음병원 앞 송도삼거리와 감천삼거리를 잇는 간선도로 822ｍ를 서구가 ‘장기려로’로 지정했는데 이곳을 장기려 박사, 이태석 신부, 알로이시오 신부를 기억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는 개인적 소망도 잊지 않았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