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등서 화제돼 신분 밝혀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를 본 순간 무조건 구하러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아이를 살리려고 펑펑 울며 미친 듯이 노를 저어 갔어요.”

	바다에 빠진 아이를 구한 부경대 이예진(앞쪽) 씨와 오원탁 씨.

최근 물에 빠진 6세 아이를 구한 제주 ‘함덕해수욕장 영웅’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주인공은 부경대학교 IT융합응용공학과 4학년 이예진(여·24) 씨와 그의 남자친구 오원탁 (27·부산 모라동) 씨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휴가차 방문한 제주 함덕해수욕장에서 카약을 타던 중 50ｍ 뒤쪽에서 바다에 빠져 비명을 지르던 여자아이(6)를 발견했다. 튜브를 타고 물놀이하던 여자아이가 강풍에 휩쓸려 먼바다 쪽으로 떠밀려 튜브가 뒤집어지며 물에 빠진 것. 커플은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 다가가 재빨리 물속에서 아이를 건져낸 뒤 응급조치를 해 무사히 육지까지 바래다 줬다. 이 씨는 “그때 아이를 배 위로 건져 올리고 남자친구가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저는 울면서 해변으로 가기 위해 미친 듯이 노를 저었다”며 구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를 구한 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사라진 이들을 찾기 위해 SNS 등에서 ‘천사커플’ ‘현실판 다크나이트’ 등으로 부르며 ‘얼굴 없는 영웅’들을 찾기 시작했고, 아이의 상태가 궁금했던 이 씨가 한 언론에 연락하면서 이들의 정체가 드러나게 됐다.

이 씨는 “구조 당시 아이 입술이 검푸르게 변해 있어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너무 무서웠다. 우리도 기진맥진 탈진된 상태여서 호흡이 돌아온 아이를 부모 품에 안겨준 뒤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여행 왔던 아이의 가족은 사고 당시 경황이 없어 감사인사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며 국제전화를 걸어와 고마움을 전했다.

이 씨는 “그 자리에 있었으면 누구나 그랬을 텐데 뜨거운 관심을 받아서 어리둥절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앞으로도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