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이 정부에 개발 제안
- 원주민 재정착률 높아 주목

- 4200세대, 사업비 1조 육박
- 오는 9월 시공사 선정 계획
- 지역 건설사 10% 참여 보장

부산 사하구 괴정5구역 재개발 사업은 지역 최초로 ‘생활권 시범마을’ 프로젝트다. 생활권 시범마을 사업은 자치단체 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재개발 사업과 달리 개발을 원하는 주민이 직접 행정기관에 제안하는 것으로, 부산시는 괴정5구역을 시작으로 앞으로의 도시계획에 생활권 시범마을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부산 사하구 괴정5구역 재개발조합 주영록 조합장이 재개발의 구체적인 방향과 시공 과정에서의 지역 건설사 참여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괴정5구역 주영록(53) 재개발조합장은 “일반적인 재개발 구역은 원주민 재정착률이 10~30%에 불과하다”며 “반면 생활권 시범마을은 개발을 원하는 주민이 주축이 되므로, 재정착률은 80% 수준에 이른다. 사업 과정에서 다른 곳으로 쫓겨나는 지역민의 사례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사하구 괴정동 일대 1800세대, 5000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괴정5구역 사업 대상지는 그동안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으로 분류됐다. 2008년 대규모 철거 중심의 개발 사업인 뉴타운의 마지막 선정지로 꼽히기도 했으나 ‘1호 해제’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주 조합장을 비롯한 괴정동 일대 주민들은 뉴타운 지정 해제 이후 부산시를 설득한 끝에 2015년 생활권 시범마을 1호 사업지로 선정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주민의 생활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띈다. 조합은 단지 내에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과 함께 400세대 규모의 소형 평수 아파트를 조성해 요양시설을 배치할 방침이다. 요양시설 운영과 아파트 경비, 시설 유지보수 등은 주민이 직접 맡을 전망이다. 단지 내에 들어서는 대형마트는 공유 면적에 넣어 연 15억 원으로 예상되는 임대수익을 아파트 재원으로 활용하고, 연간 3㎿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전기 생산으로 15억 원을 창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이 줄어 재정착률이 오를 것이라는 복안이다. 주 조합장은 “지난 4월 조합을 설립했고, 오는 9월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개발 전망도 밝다. 주 조합장은 “주택시장 경기가 좋지 않아 다른 지역 재개발 사업에서 입찰이 연이어 무산되고 있다”며 “괴정5구역은 4200세대 대단지로 개발되는 사업으로 현재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관심이 높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3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마감을 앞둔 괴정5구역은 그동안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건설사의 과도한 홍보를 예방하기 위해 괴정5구역 재개발 조합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클린 수주단을 운영해 건설사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괴정5구역 재개발 조합은 입찰 마감 이후 지역 건설사를 사업에 참여시키기 위한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1조 원에 육박하는 사업이므로, 지역 건설사 참여를 유도해 시로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를 얻어 총사업비의 10%가량은 지역 건설사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하도급 공정 역시 지역 전문건설업체가 90%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합 측은 보고 있다. 주 조합장은 “‘1호’ 생활권 시범사업의 상징성이 크므로, 부산 경제를 살리는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며 “입찰에 나선 건설사와의 계약 조건에 하도급 비중과 지역 건설사 컨소시엄 참여 등 세부적인 조건들을 명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사하구 출신인 주 조합장은 “내 고향을 해운대구, 서울 강남구와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오는 9월 시공사가 선정되면 곧바로 괴정5-1구역과 5-2구역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