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계의 원로이며 부산의 1세대 연극인 허영길(사진) 연출가가 지난 1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고 허영길 연출가는 1963년 부산의 극단 전위무대에 연출부로 입단하면서 연극에 입문했다. 1978년 극단 레퍼토리 시스템을 창립해 대표를 맡았고, 1994년부터는 극단 Say(현 극단 사계)의 대표이자 상임 연출로 활동했다.

고인은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과 부산연극협회장 등을 지냈다. 부산연극제와 전국연극제에서 여러 차례 연출상을 수상하며 연극 발전에 이바지했다. 2007년에는 부산시 문화상을 받은 데 이어 2008년 한국 연극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인 ‘대한민국 연극 퍼레이드’에 부산 대표로 초청받아 ‘뇌우’를 출품해 최고의 호평을 받았다.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부산요트대회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은 바 있다,

고인은 2009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무대를 떠나지 않고 현역으로 남아 후배 연극인들의 귀감이 되어 왔다. 투병 중이던 지난 5월에도 극단 사계 제80회 정기공연 ‘무대 뒤에서’의 연출을 맡을 정도로 연극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쉼 없이 보여줬다. 2016년 부산시립극단의 ‘영월행 일기’와 같은 해 극단 사계의 ‘챙’ ‘2인극 챙’ 등을 연출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부산연극협회는 고인의 업적과 뜻을 기리며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장례를 지내기로 했다. 발인은 16일 오전이며, 장지는 부산 기장군 정관면 부산추모공원이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