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혜정 성우 강의로 호응
- 3주 교육·녹음해 책 완성
- 점자도서관서 무료 제공

“평범한 제 목소리로 오디오북 재능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함께했는데 오히려 제가 얻어가는 게 많아요. 낭독을 하면서 알게 된 독서의 즐거움을 시각장애인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남부교육지원청의 ‘북앤토크 오디오북 제작교육’에 참가한 학무모들.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에 부산지역 학부모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보탰다. 시청자미디어재단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남부교육지원청의 ‘북앤토크 오디오북 제작교육’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20여 명이 참여해 인기도서 ‘고마워 자존감’(채근영 지음)의 오디오북을 완성했다. 이 책은 힘든 성장과정을 겪으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오디오북은 지난 26일 부산점자도서관에 전달돼 부산지역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서혜정 성우가 오디오북 제작을 위해 책을 낭독하는 모습.

오디오북 녹음을 위해 소리 내 책을 읽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참여 학부모들은 올 상반기 각 학교에서 기초교육을 받은 데 이어 지난 3주 동안 미디어센터에서 낭독교육과 녹음 과정을 반복하며 총 5시간짜리 책을 함께 만들었다. 한 사람이 한 챕터씩 맡았는데, 미디어센터 교육이 없는 날에는 수십 번씩 책 읽는 소리를 녹음하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재능기부에 참여한 이미경 씨는 “평소 말이 빠른 편인데 오디오북 녹음을 준비하면서 천천히 읽기, 끊어 읽기 등을 연습하면서 전달력이 좋아졌다”며 “책의 내용과 감성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꼼꼼히 읽다 보니 내가 책 읽는 즐거움에 푹 빠지게 되더라”고 말했다.

피드백을 위해 가족과 함께 읽고 들으면서 집안 분위기도 달라졌다. 퇴근 후 책 읽어달라고 보채는 아이가 귀찮기도 했는데 이제는 책을 읽는 자신도 함께 즐길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미국드라마 ‘X파일’의 스컬리, 예능프로그램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의 내레이션으로 유명한 서혜정 성우가 강의를 맡아 호응을 얻었다. 서혜정 성우는 교육 때마다 3~4시간 참여자의 발음 및 발성을 코칭해주고 일부 녹음에도 직접 참여했다.

“눈은 마음의 창이고 목소리는 영혼의 울림이라고 해요. 목소리는 몸 전체를 이용해 내기 때문에 사람의 감성과 감정까지 묻어나죠.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 눈물을 보이는 분들도 있어요. 적막 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치유를 받는 거 아닐까요. 낭독의 즐거움이란 이런 거죠.”(서혜정 성우)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