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홍 선생 수산대 재직 때
- 학보·교지 등 실은 글 모아
- ‘이주홍과 수산대학’ 발간

‘순수하고 정직하고 야성적인 곳에 청년다운 매력이 있다. 그들이 무모한 위험을 되풀이한다고 해서 웃을 일이 아니다. 그들이 정상적이 아닌 곳으로 방종한다 해서 근심할 일도 아니다. 인간은 항상 자기의 체험에서 선악의 분별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부산수산대 교내신문에 실린 향파 이주홍의 수필 ‘청년의 향기’(1954) 중).

고 향파 이주홍 선생.

부경대학교의 전신인 부산수산대에서 절절한 제자사랑과 학교사랑을 보여준 고 향파(向破) 이주홍 교수의 작품이 제자들의 손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작품모음집 ‘이주홍과 수산대학’(이주홍문학재단 펴냄)은 1949년부터 30여년 간 이곳에서 국문학을 가르친 선생이 교내신문 ‘수대학보’에 실은 신년호 서화와 글 및 글씨, 학보 생일 축하 화보와 기념 휘호를 비롯해 고정칼럼 등 69편을 발굴해 만들었다.

왼쪽부터 그의 제자인 류청로 이주홍문학재단 이사장, 남송우·윤한삼 부경대 교수.

이 책은 시 소설 아동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 문화예술계의 큰 축을 이루었던 선생의 미처 묶어내지 못한 작품을 정리해보자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열린 ‘이주홍문학축전’에서 1차 작업으로 선생이 부산수산대에서 많은 매체를 만들고 지도하면서 남긴 글을 엮어내기로 하면서 본격화했다.

작업에는 이주홍문학재단 이사장인 류청로 전 부경대 교수, 선생의 책상을 물려받았을 정도로 향파를 존경하고 사랑받았던 문학평론가 남송우(국어국문학과) 부경대 교수, 학보사 기자였던 윤한삼(생태공학과) 부경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대학시절 그의 교양수업을 들으며, 같은 연구실에서 깊은 정을 쌓으며, 학보사 기자로 그의 글을 읽고 연구하면서 각각 인연을 맺었다.

이번에 발간된 책 ‘이주홍과 수산대학’.

1985년 부산수산대에 첫 부임 후 교수동 1층 첫 번째 연구실을 명예교수였던 선생과 같이 쓴 남 교수는 그의 제자 사랑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부산수산대는 대부분 이공계생이라 문학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 사유가 약한 편이었습니다. 그때 선생은 국문학 중심의 교양수업을 통해 고전을 소개하고, 문화예술 현장에 있는 작가로서 왜 우리가 읽어야하는지를 알려줬어요. 극예술연구회도 만들었는데 선생의 열정으로 전국연극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연극배우로 진로를 바꾼 학생도 있었습니다. 학보나 교지에 실린 글에서는 바다에 나갈 청춘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 제자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지요.”

이어 그는 “요즘 학생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고 한다. 선생의 글은 수필, 칼럼 등의 형식으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모은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류청로 이사장도 “향파 선생님이 부산수산대학에 남겨놓은 사랑의 흔적과 문학적 향훈이 이 책을 통해 오래 간직되고 더욱 멀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생의 문학을 전하는 제자들의 작업은 계속된다. 남 교수는 해양수산 웹진인 ‘현대해양’에 선생의 ‘해양문학’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 가제는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 지난달 열린 ‘이주홍문학축전’에 ‘현대해양’ 송경태 대표가 찾아오면서 이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일찌감치 1970년대 초부터 해양문학에 대한 글을 써 온 선생의 작품을 소개하거나 인연을 가졌던 이와의 대담을 싣는 등의 방식으로 그 의미를 재정립할 계획이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