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 좌초하면 위성·빛 신호
- 발빠른 초기대응 가능해져
- 의무적 설치 강제하도록
- 국제해사기구와 입법 추진
- 추락 비행기에도 활용 가능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다. 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16명 등 24명이 타고 있었지만 필리핀인 2명만 구조되고 22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강칠세 아이플러스원 대표는 “해양사고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예방하는 세계적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로 나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 선박은 길이 311.8ｍ, 선폭 58ｍ, 적재중량 26만6141ｔ인 초대형 광석 운반선이다. 그런데도 1년이 넘도록 침몰 위치도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침몰 선박의 위치를 알려주는 장치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텔라데이지호처럼 침몰했지만 선박을 찾을 수 없는 일은 없게 됐다.

한국해양대학의 산학협력기업인 아이플러스원이 개발한 ‘침몰선박 자동위치 표시 등명장치’가 지난해 말 대한민국 신기술로 인증받았기 때문이다. 이 장비는 선박이 침몰하면 미리 선박에 설치된 등부표가 떠오르면서 장착된 등명기가 수직·수평의 빛을 발사해 수색 항공기나 인근 선박에서 감지해 침몰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이 장치를 개발한 아이플러스원 강칠세 대표는 지난 8일 한국해양대학교내 회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바다는 육지와 달라 사고가 나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그런데 밤에는 좌초된 배의 위치 파악에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스텔라데이지호처럼 배가 가라앉으면 바닷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장치는 배가 침몰하면 수심 6000ｍ에서도 장치가 수면 위로 떠올라 위성과 빛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사고 선박 수색 등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대의 기술지주회사인 아이플러스원은 정부로부터 연구소기업으로 선정돼 각종 지원도 받고 있다.

강 대표는 이 장치에 대해 국내 특허를 이미 받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에 국제 특허도 신청해 놓았다. 또 각국 정부가 의무적으로 선박에 장착할 수 있도록 국제해사기구(IMO)와 함께 강제 입법을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올해 초에는 청와대가 주재하는 창업기업 좌담회에 부산 연구소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획기적인 해양재난 안전 장비를 개발했지만, 강 대표의 이력은 이 분야와는 무관하다. 부산기계공고와 동아대 건축공학과를 나온 강 대표는 36년간 주택의 공기정화나 냉난방 장치를 설치하는 기계 설비 업체를 운영했다.

남들이 은퇴할 시점에 해양재난 안전 장비 분야라는 새로운 업종의 도전에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강 대표는 “기계공고 출신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조업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 건축 분야와는 달리 해양재난 안전 분야가 글로벌화에 가장 적합한 분야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이던 두 자녀를 20년 전에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고 자신도 해외선교 활동을 해오고 있다. 글로벌 인재에 대한 남다른 생각이 있었던 셈이다.

아이플러스원은 침몰 선박 자동위치 표시 등명 장치 외에도 해양재난 안전 장비 분야에서 6개의 특허를 받았고, 11개의 특허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국제 특허 3건도 진행 중이다. 특히 침몰 선박 자동위치 등명 장치가 상용화되면 추락 비행기 위치 파악 등에도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강 대표는 “최근 해양사고가 너무 많이 나고 있고, 해양사고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세계 최고의 해양안전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나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