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유일 2030세대 기우회
- 회원 30명… 매월 정기모임
- 배움 주고받는 재미 쏠쏠
- 부산시장배 대회 나이제한
- 20대 애호가 참여 걸림돌
“어릴 때 학원에서 바둑을 배운 친구들이 성인이 되면 갈 곳을 잃어요. 일반 기원엔 쟁쟁한 어르신만 계시고, 젊은 층이 즐기기엔 어쩐지 ‘지루한 취미’라는 편견 탓에 바둑을 함께 둘 벗을 찾는 데도 소극적이게 되죠. 하지만 인터넷 바둑 사이트만 봐도 2030 바둑 인구는 상당해요. 함께 얼굴 맞대고 펼치는 대국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바둑판 위에 돌을 직접 놓는 ‘손맛’은 확실히 다르거든요. 바둑으로 만난 벗과는 남다른 우정도 생겨요. ‘득호우(바둑을 통해 좋은 벗을 얻는다)’란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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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두한 바둑시그널 회장이 바둑의 매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
부산 유일 2030세대의 기우회 ‘바둑시그널’ 배두한(30) 회장의 말이다. 그는 7년 전 온라인 바둑을 처음 접한 후 바둑에 매료돼 오프라인 기우회 ‘바둑시그널’을 2015년 만들고 학교 방과후수업 바둑 교사로 진로까지 바꾼 바둑인이다. 기력은 아마추어 5단이다. 승부의 짜릿함과 자기 성찰의 기회를 바둑의 큰 매력으로 꼽는 그는 젊은 층에서 바둑이 사랑받는 스포츠로 자리 잡길 바라며 ‘바둑시그널’을 운영 중이다.
단체 이름 ‘바둑시그널’은 바둑을 일컫는 말인 ‘수담(手談)’에서 따왔다. 바둑판을 사이에 둘 땐 대화하지 않는 게 규칙인데, 이때 ‘말이 없어도 서로 뜻이 통한다’는 것이 수담의 뜻이다. 말없이도 서로의 신호(시그널)를 주고받는 바둑의 은근한 매력을 보여준다. 회원 수는 30명 정도이고,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정기모임(정모)에 15~20명은 꾸준히 나온다. 기원에서 만나 바둑을 두는 게 주요 활동이지만, 수시로 맛집 탐방과 문화생활도 함께 즐긴다. 바둑으로 고민을 잊고 서로 배움을 주고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 회장의 목표는 2030 세대가 바둑 문화의 주류가 되는 것. “기원과 비교할 만한 취미 공간인 PC방이나 당구장에 가도 남녀노소 고루 섞여 있잖아요? 시니어 중심의 기원에서도 젊은 세대나 여성이 편하게 게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도 즐겁게 본 일본 만화 ‘고스트 바둑왕’, 영화 ‘신의 한수’, 만화와 드라마로 나온 ‘미생’ 등 바둑 콘텐츠와 ‘알파고’의 바둑 대결 등이 바둑에 대한 관심을 끌어낸 건 체감해요. 이런 관심이 실질적 바둑 인구 확대로 이어지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젊은 바둑 인구가 늘고, 저의 바둑 지도 경험이 더 쌓이면 산뜻하고 젊은 분위기의 ‘바둑카페’를 차리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바둑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인생의 축소판 같아요. 한계에 부딪히고, 발상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희열과 깨달음도 얻죠. 복기할 땐 실수나 욕심을 발견해요. 다른 차원의 힐링을 경험합니다. 연배 높은 분과 대국할 땐 온전히 존중받는 느낌도 있죠. 대등한 입장으로 나의 수를 펼치는 기쁨이 있죠. 장점이 많은 스포츠예요.”
그는 젊은 층에 대한 바둑계의 노력과 배려도 당부했다. 최근 프로 기사인 조훈현 국회의원이 발의한 ‘바둑진흥법’도 통과되는 등 좋은 분위기가 있지만, 저변 확대를 위한 걸림돌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가까운 예로, 부산시장배 바둑대회에서 동호회 단체전 부문에는 만 30세 이상만 출전할 수 있다. 프로 입단을 준비했던 연구생 출신자의 참가를 막는 차원이다. 월등한 실력자가 대회를 싱겁게 만드는 걸 방지하는 장치이지만, 결과적으로 20대 애호가의 참여를 제한되는 셈이다.
때론 너무 심각하고 진지한 자세를 요구하는 문화의 변화도 제안했다. “숙고하며 수를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죠. 하지만 가끔은 바둑의 기본정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경쾌하고 짜릿한 스포츠로 편하게 가볍게 즐겨도 좋지 않을까요? 바둑시그널의 문은 활짝 열려있어요. ‘초보’도 친절하게 가르쳐 드리니 편하게 참여하시면 좋겠습니다.” 젊은 바둑인의 ‘강력 시그널’이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