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의학·한의학·교육학 등
- 서로 다른 분야 전공자 모여
- 1년간 융합연구해 공동집필
- 고전 통한 인격적 성장 도모

‘고전 인문학 교육이 정말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될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교수들의 연구모임이 1년간의 성과를 책으로 펴냈다. 부산지역 교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치유인문학 연구모임’이 이달 초 발간한 인문학 서적 ‘시민의 인성-치유인문학 강의’(사진)가 그것. ‘인간의 마음을 보듬어 인격적 성숙이 몸과 마음의 건강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주제 아래 10편의 처방전 같은 글이 실려 눈길을 끈다.
치의학 한의학 교육학 조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모인 치유인문학 연구모임은 지난해 5월 ‘한문교육의 인성증진에 대한 상관관계 연구’ 논문을 계기로 결성됐다.

부산대 김승룡(한문학과) 교수와 채한(한의학과) 교수로 구성된 융합연구팀이 3년여에 걸쳐 공동 연구한 이 논문이 인문학술지 ‘석당논총’에 실리면서 평소 고전과 치유에 관심을 가진 영남지역 연구자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연구모임에는 이 두 교수를 비롯해 ▷의학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탐구해 온 강신익(부산대 치의학과) 교수 ▷깊은 상상력의 확보를 통해 어린이의 철학적 사유 능력을 도모하는 김회용(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숲이 전하는 평등과 공생의 메시지를 나누려 노력해 온 최송현(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하얀 여백과 고운 색채의 조화를 통해 마음의 치유를 추구하는 이나나(아트갤러리 빛 관장) 교수 등이 참여했다.

또 ▷인간의 심리에 대해 과학적 이해 체계를 마련한 이수진(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무예를 인성과 결합하며 치유의 가능성을 보여준 박귀순(영산대 태권도학부 동양무예전공) 교수 ▷한문고전 속 가치관의 사회적 환류와 인성 함양을 가르쳐 온 김성중(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각자가 지닌 심리적 자원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 온 임정화(부산대 한의학과) 교수 등도 인간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할 유·무형의 자산을 함께 연구했다.

처음 연구모임 결성 당시만 하더라도 주위에서는 ‘학교와 전공이 다른 교수 10명의 연구모임이 얼마나 가겠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연구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곳도 없었다.

채한 부산대 교수는 “1년에 서너 번 모였을 정도로 각자 바빠서 한자리에 모이는 것부터 힘들었지만 다들 애정을 갖고 성의있게 참여했다”며 “전공별 연구를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모임만으로 끝내기는 아쉽다는 생각에 책으로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제각각 다른 분야를 전공한 저자들이 모여 녹여낸 융합연구의 산물인 이 책은 고전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치유하고 인격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학문적인 노력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유인문학 연구모임은 이제 또 다른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분야별 연구를 하나로 묶고, 실제 이러한 연구가 교육현장에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작업이다. “논어로 수업하는 한문 교사분께서 우리 연구에 공감하고 함께 교육현장에 활용해보자고 제안해주셨어요. 실제 고전이 아이들의 인격적 성장을 돕는지 통계분석해볼 텐데, 이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고전과 치유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