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 발전위원회 위원
- 비수도권에서는 유일 포함
- “한국 축구 미래 유소년에 달려
- 선수·코치 소통문화 확산 필요
- 심판 편파 판정도 줄여가야”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 K리그는 1990년대 말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시민구단 창단과 승강제 도입을 통해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 최근 K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 슈퍼스타들의 해외 진출과 유럽축구의 인기 탓에 관중 수도 감소세다.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인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역시 지난달 8일 역대 최소 관중(1만3122명)의 불명예 기록을 썼다.

최근 K리그 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동아대 정희준 교수는 10일 “생활 속에서 축구를 즐기는 풍토가 뿌리 내리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서정빈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K리그 발전위원회’(위원장 허정무)를 만들었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이용수 세종대 교수와 ▷국가대표 출신 이영표 KBS 해설위원 ▷스포츠칼럼니스트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비수도권에서는 유일하게 동아대 정희준(53·체육학과) 교수가 위원으로 선정됐다.

정 교수는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열린 발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10일 “K리그 경기력 개선과 선수 인권보호, 유소년·여자축구 발전 계획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축구뿐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 전체에 병폐가 퍼져 있다고 짚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모두 정부 주도로 출범해 자체적으로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고도 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도 대부분 적자입니다. 모기업의 지원이 없으면 유지하기 어려워요.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K리그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스포츠계에서 축구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 축구가 바뀌면 다른 종목에도 ‘낙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중 예산이 가장 많은 대한축구협회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장기 발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A매치뿐 아니라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축구가 ‘국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던 시절에도 K리그가 아니라 국가대표팀만 조명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중심축을 K리그로 옮겨와야 합니다.”

K리그의 어두운 면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도입되긴 했지만 여전히 심판 판정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2016년 전북 현대 스카우트가 심판 매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불명예스러운 일도 있었다. 정 교수는 “오죽하면 ‘외국인 심판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될 개연성을 최소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축구의 미래는 유소년축구 활성화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학교·유소년팀이나 스포츠클럽 소속 선수가 아니라도 일상에서 축구를 접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책가방을 양쪽 골대 삼아 골목에서 공을 차고 놀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꼭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접한 사람들이 진정한 팬이 됩니다. 엘리트뿐 아니라 클럽이나 방과후 활동에서 누구나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는 미국 유학 당시 접한 유소년 축구지도자상도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축구를 1시간 정도 가르치는 동안 단 한 번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코치와 소통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 교수도 학창시절 시작한 운동과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각각 검도와 육상 선수로 뛰었다. 대학에서도 체육학을 전공한 이후부터 스포츠 사회학에 관심을 두게 됐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