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적으로 힘든 노인층에
- 판소리 등 문화·예술 봉사
- 어르신 몸 상태·성향 파악해
-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
- 결과보다 심리적 안정 최선

부산문화재단의 맞춤형 실버문화복지는 거동이 어렵고 경제형편이 좋지 않은 노인층에게 예술·문화의 즐거움을 누릴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2014년 시작된 이 사업에는 한 해 40명가량의 예술인이 참여한다. 이들 예술인에게 사회적 활동의 기회도 제공하면서 소외층 노인의 복지도 꾀하는 사업이다.

부산문화재단 맞춤형 실버문화복지사업 활동예술가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지은, 이재은, 박소영, 황미희 씨.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성과 없는 사업은 일찌감치 정리되게 마련이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면서 5년째 사업을 이어가는 것은 예술인과 노인, 실행자와 수혜자 양측의 호응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에 2년 이상 참가했고 올해도 참가할 예술인 4명을 만나 그들의 활동에 관해 들었다. 윤지은(미술), 황미희(한지공예), 박소영(판소리), 이재은(무용) 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소외계층이나 청소년을 위한 예술복지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찾던 중 부산문화재단 실버문화복지사업을 만난 케이스다.

활동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어르신의 몸 상태와 성향을 먼저 알아야죠. 저는 무용가이니까 몸의 가동범위, 흥이 많은지 소극적인지 등을 파악해요. 이름 그대로 맞춤형 복지라서 그 작업이 무척 중요해요. 좋아하는 노래를 물어보고 다음에 그 노래를 같이 들으며 창작 안무를 하죠. 일어서지 못하는 분은 상체만 활용한 춤을, 거동이 많이 불편하면 재활과 스트레칭을 합니다. 한 번에 한 명만 케어(올해부터 그룹형도 운영)한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이재은).”

“장구랑 북을 짊어지고 가면 처음에는 대부분 제가 부르는 노래만 듣고 싶다고 하세요. 무슨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지 물어 그 노래 가르쳐 드릴테니 같이 부르자고 하죠. 소리나 민요는 물론 가요도 제가 배워서라도 가르쳐드려요. 90대 중반 한 어르신은 총기가 좋으셔서, 진도 아리랑이나 열두 달 달타령을 종이에 적어두고 가면 그걸 다 외워놓고 계셨어요.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뭐든지 배우려고 하는 분이 많아요(박소영).”

“처음에는 뭘 하자고 해도 ‘못 한다’ ‘안 할란다’ 그래요. 저는 색깔 고운 한지를 그냥 만져보라고 하죠. 옛날 창호지 문이 생각난다며 말문을 열면 마음도 조금씩 열립니다. 그동안 주위를 둘러보고 방 안에 약봉지가 흩어져 있으면 ‘어머니, 우리 약상자 만들까요’ 하고, 손주들 사진이 보이면 ‘손녀 줄 손거울 만들어볼까요’라고 했어요. 결과물이 나오니까 성취감도 느끼고, 손을 많이 움직이니까 뇌활동에도 좋아요. 다음 회차에 간단한 숙제를 내주면 저를 기다리게 되지요(황미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술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뭘까. “복지 미술은 결과물보다는 과정, 특히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가 찾는 노인에게 치매 우울증 편마비는 아주 흔한데, 이런 분들에게 다짜고짜 그림 그려볼까요 하면 ‘싫다’ ‘못 한다’는 말만 하세요. 몸이 불편한 데다 마음까지 위축된 어르신들을 대하는 데는 현장경험과 노력이 중요해요. 심리치료를 하는 저로서는 수혜자를 줄이더라도 한 사람에 대한 서비스 횟수를 늘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좋아지려고 하면 횟수가 다 돼서 끝나버리니까 안타까워서요(윤지은).”

몸과 마음이 아픈 어르신을 대상으로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게 사실 몹시 힘든 일 아닐까.“거짓말 같겠지만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 안 해 봤어요. 대부분 교통이 불편하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한 시간 넘게 버스 타고 가면서 설레기까지 해요. 어르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 아니까요. 마치고 나오면 내가 안 보일 때까지 보고 있어요. 말 못 하시는 분들은 수화로 얼굴을 어루만지며 ‘예쁘다’고 해 주죠. 프로그램이 끝나고 더 못오느냐고 매달리는 분도 있는데 그때가 제일 힘든 때일까요.”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