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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레이 아트 입힌 병원, 환자에 편안함·따뜻함 안겨줘”

엑스레이 아티스트 정태섭 연세대 의대 교수

  •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   입력 : 2018-04-29 18:44:59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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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레이 촬영물 예술로 승화
- 초중고 교과서에 작품 소개
- 섬뜩함 씻고 병원 홍보 도움
- 아버지 영향 예술·과학 융합
- “창의력 교육, 부모가 더 중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정태섭 교수는 국내 최초의 ‘엑스레이(X-ray) 아티스트’다. 엑스레이 아티스트란 의학용 엑스레이 촬영장비를 이용해 사물이나 신체 내부를 촬영하고 그 영상을 활용해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작가를 말한다. 엑스레이 촬영장비를 통해 사물이나 인체를 적게는 여러 장, 많게는 수십 장을 촬영한 뒤 그 영상을 합성하고 색감을 넣어 미술작품으로 만든다. 개인전 18회에 단체전도 71번 참가했다. 그의 작품은 초중고 미술 교과서와 과학교과서에 소개됐으며,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소품으로도 활용됐다. 엑스레이 아티스트는 정 교수를 포함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연세대 의대 정태섭 교수가 서울 강남구 소재 연구실에서 엑스레이 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교수 뒤에 엑스레이 아트 작품이 보인다. 정옥재 기자
어떻게 의사가 예술가로 활동할 수 있을까. 최근 서울 강남구 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정 교수는 ‘엑스레이 아트’ 활동이 의학 연구나 의료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엑스레이 아트를 하면 병원 홍보도 되고 병원이 문화적으로 따뜻해지고 환자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한다”며 “엑스레이라고 하면 섬뜩할 줄 알았는데 로비에 걸려 있는 실제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에는 갤러리가 있어 시민들의 문화의 장이 되고 있다.

정 교수는 또 “의사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그들이 사는 환경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돌봐주었다”며 “제 예술활동은 의학 활동의 한 부분이다. 제집은 병원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고 주민들은 제가 병원에 일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이웃들은 아프면 집으로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요즘 전문직이라고 하면 직장과 집이 멀고 자기가 의사라는 것을 주위에 알리지 않은 채(직장과 멀리 떨어진) 자신의 동네에서 잘사는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의사는 그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상의학과(옛 방사선과) 교수로서 뇌, 척추, 얼굴까지 영상촬영한 후 판독해 판독결과를 해당 과에 의견을 보낸다. 엑스레이 아트를 하게 된 것도 영상 판독 과정에서 시작됐다. 그는 “1993년부터 엑스레이 판독을 하다가 예쁜 모양이 나오면 주목했다. 엑스레이에서 하트 모양이 보였는데 하트 모양은 병이었지만 오히려 신체에서 그 모양을 나타냄으로써 신체가 ‘빨리 봐달라’는 의미로 느껴졌다”며 “또 2006년 한 방송에서 기형도 시인의 ‘입속의 검은 잎’ 작품 설명을 듣고 동료 의료종사자로 하여금 입에 꽃을 물게 하고 엑스레이를 찍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예술가로 활동하게 된 데는 아버지 영향이 크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좋아하신 아버지는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경남공고 교장이셨다”며 “예술과 과학을 강조하셔서 자연스럽게 융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정 교수는 서구 서대신동에 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상경했다. 사투리 때문에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한 그는 아버지가 근무했던 학교로 가던 길에 지나던 청계천 인근에서 전축 재료를 모아 조립해 보던 경험이 결국 의사가 되어서도 기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사선과를 택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해 국립부산과학관에서 특강과 작품 전시를 하면서 본지 오상준 의료과학부장과 인연이 닿아 올 초 에세이 ‘하루를 살아도 후회없이 살고 싶다’(정태섭 지음·오상준 엮음)를 출간하기도 했다. 오는 9월 개최되는 부산비엔날레에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비친 정 교수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려면 아이들만 닦달해서는 안 되고 부모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창의력 교육은 부모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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