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동안 희망글판 운영
- 책·신문 보며 글귀 기록
- 기획팀과 논의 후 매달 선정
- 시민들 병원에 감사전화
- 영혼 치유 음악회도 개최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홈플러스 연산점을 지나는 사람의 눈길을 머무르게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웰니스병원 외벽에 붙어 있는 ‘희망 글판’이다. 이번 달에 붙은 글귀는 ‘실패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고 성공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지 않을까요?’. 희망 글판의 글귀는 매달 바뀐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이 매달 초 이곳을 지날 때면 설레는 마음으로 문구를 쳐다보곤 한다.
강동완 웰니스병원장이 영화 ‘패치 아담스’의 주인공 의사처럼 빨간 코를 붙인 채 4월 ‘희망 글판’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웰니스병원 강동완(60) 병원장은 외과 전문의로서 대장·항문 질환 환자를 진료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2012년부터 홍보 위주의 병원 광고판에서 벗어나 희망 글판을 7년째 운영하고 있다. 강 병원장은 29일 “삶에 지치고 피곤한 사람에게 한 줄의 글로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하면 바람을 담아 희망 글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만약 자살하고 싶은 사람이 우연히 병원을 지나간다면 희망 글판을 보고 다시 시작해 보자는 생각이 들도록 하자는 게 취지였어요.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니까요. 고통이 힘든 게 아니라 사실은 위로가 부족해요. 힘든 세상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하죠.” 그는 “사진작가인 고(故) 최민식 선생의 사진과 함께 붙은 ‘저 모퉁이만 돌면 희망이란 녀석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같은 글귀가 희망 글판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매달 글귀를 선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그는 “명언이나 누구나 다 아는 글은 교훈적이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주지 못한다”며 “심금을 울리면서도 뻔하지 않은 공감의 글을 찾으려고 병원 기획팀과 여러 차례 회의한다”고 말했다. “한 달이 왜 이렇게 짧은지 모르겠습니다. 고민과 회의를 거듭하며 희망 글판 글귀를 어렵게 정한 뒤 한숨을 돌리면 또 선정할 때가 되죠. 책이나 신문을 보다가 눈에 띄는 문장이 있으면 평소에 메모해둡니다.”
희망 글판 글귀 선정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초기에는 최민식 선생의 사진과 글귀를 함께 게시했고 2016년에는 ‘하루 30분의 책 읽기·운동이 당신의 삶을 바꿉니다’ 같은 캠페인 형식으로 진행했어요. ‘걱정 말아요 그대’ ‘당신의 인생은 오직 한 번뿐입니다’처럼 사회 트렌드를 담은 글귀도 선정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희망 글판의 취지를 살려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볼 계획”이라며 “분명한 것은 글귀를 고를 때 ‘~다’로 끝나는 문구에서 벗어나 ‘~하면 어떨까요’로 제안하는 어조로 바뀌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망 글판 에피소드와 관련해 “최민식 선생이 찍은 비닐우산을 파는 까까머리 소년의 사진과 함께 ‘삶의 한 갈피를 농담처럼 넘겨 버릴 수 있다면…’이라는 글귀를 2012년에 게시했는데 사진 속 실제 인물이 병원에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하고 갔다”고 소개했다. 그는 “글귀가 바뀔 때마다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감동받았다며 병원에 감사 전화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환자 몸은 물론 영혼까지 치유하자는 취지에서 2007년 3월 17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병원 로비에서 환자와 방문객을 위한 ‘웰니스 작은 음악회’을 열고 있다. 지난해 2월 4일 500회를 맞았다. 그는 병원 홍보용 의료진 사진을 촬영할 때면 빨간 코를 붙인다. 그는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패치 아담스’처럼 환자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강 병원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대동고를 졸업하고 일반 대학에 다니다가 군 복무 후 의대에 진학했고, 재학 중 독일 뷔르츠부르크 연방국립의대로 유학 가서 외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현재 독일과 한국 의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