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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으로 또 다른 콘텐츠 생산의 장 만들겠다”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8-04-09 20:08:53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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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풀어내는 철학 이야기
- 다양한 관객층과 4년째 운영
- 단골 늘고 질문 수준 높아져

- 10월엔 세계인문학포럼서
- 인간 주제 영화인문학 행사

왜 사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라진 채 잘사는 방법만을 좇는 시대에, 세상을 바꾸는 인문학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멀게 느껴지는 철학가들과 그들이 풀어놓는 개념을 영화와 함께 재미있게 버무려 소개하는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2015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영화 인문학 프로그램 ‘팝콤톡톡 플러스’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이지훈의 시네필로’로 이름을 바꿔 4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는 “‘영화 인문학’이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 지정된 부산을 대표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민철 기자
이 대표는 “처음에는 게스트와 제가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영화 이야기에 더 집중하면 좋겠다는 관객 요구에 따라 올해부터 제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꾸어봤다. 철학이 개념적 사고라면, 영화는 이미지적 사고인데 각각의 텍스트를 대조하다 보면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영화 인문학 프로그램을 4년째 운영하면서 그가 느낀 것은 관객의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영화 상영 시간과 토론까지 이어서 진행하면 행사가 4시간 가까이 이어지는데 관객 150여 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지난 2월에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고 중세 페르시아 시인 ‘루미’의 시와 프랑스 여성 철학자 뤼스 이리가레의 저서 ‘바다의 연인’ 중 발췌문 5개를 영화의 각 대목과 연결하는 시도를 선보였는데, 관객 반응이 뜨거웠다. 관객층도 부산지역 영화 관련 학과에서 영화인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 독립영화 감독, 시민 영화 평론가, 건축가, 시인, 교사 등 가지각색이며 그 연령층 또한 10대 청소년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참석자 수도 지금의 3분의 1 정도였고, 리액션이 적어 진행자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영화에 대해 진지한 열정을 가진 관객들이다 보니 대체로 차분한 성향을 보인 것이죠. 지금은 매회 참석하는 단골 관객이 크게 늘었고, 질문 수준도 높아 제가 오히려 긴장돼요.”

이 대표는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다시 같은 대학교에서 미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통섭적 연구소 필로아트랩 대표로 있으며, 다양한 인문·예술 활동과 문화 정책·기획에 참여한다. 그는 영화 인문학 프로그램을 처음 진행할 때만 해도, 솔직히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고 했다.

“모든 예술의 바탕엔 철학이 있다”는 ‘오만한’ 관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볼수록 오히려 ‘철학이’ 영화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2013년에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제안으로 부산국제영화제(BIFF) 영화연구소 산하 대중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어요. 시민과 영화제 간 교감을 형성하고, 시민 참여 영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취지였죠. 그때부터 영화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됐는데, 영화 한 편에 미술·음악·철학적 배경이 다 들어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죠.”

오는 10월 31일부터 사흘간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주최 ‘세계인문학 포럼’에서 필로아트랩과 영화의전당이 함께 ‘인간’을 주제로 한 영화 인문학 행사를 연다.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 지정된 부산을 찾은 세계적 석학들 앞에서 ‘영화 인문학’이라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첫 자리다. 이 대표는 필로아트랩을 필두로 예술과 인문학이 만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지훈의 시네필로가 단순히 영화해설 프로그램이 아니라 영화 애호가와 인문학 애호가, 영화 생산자와 향유자가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길 희망합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영화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또 하나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장이 되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관객층의 다양화는 고무적입니다. 더 참신한 관점을 제시하며 다양한 관객층을 자극하는 ‘도발’을 계속해야죠.”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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