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서 이전 합천시대 열어
- 예술 놀이터·창작실 등 운영
- 일반인 심사 참관제도 도입
- 문화진흥 5개년 계획 수립
- 체계적으로 추진, 성과낼 것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난 13일 합천군 덕곡면 신청사에서 개청식과 함께 ‘합천 시대’를 열었다. 이전 당시만 해도 수부도시인 창원을 떠나 변방이나 다름없는 합천으로 이전하는데 대한 우려가 컸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이성주 원장을 만나 청사 이전에 대한 감회와 ‘합천 시대’ 원년 계획을 들어봤다.

이성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원장이 29일 독립청사 확보와 ‘합천 시대’ 개막에 따른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 원장은 “그동안 진흥원은 독립 청사를 갖지 못해 남의 건물에 더부살이했다. 이제 공연장과 회의실 등을 갖춘 독립청사를 갖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간이 없어 못 했던 레지던스사업과 예술놀이터 조성, 문화예술인 워크숍과 창작실 운영 등이 단적인 예다. 경남도에서 100% 출자한 진흥원은 2010년 설립돼 6개 부에 49명이 근무하고 있다. 2013년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과 경남영상위원회를 통합했다. 올 한 해 예산 규모는 172억 원이다.

‘합천 시대’ 개막과 함께 비약적인 발전을 공언한 이 원장은 진흥원 운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예술인이 꼽은 진흥원의 최대 불만은 지원사업의 불투명성과 불공정, 미약한 정책기능이었다”며 “재임 기간 이런 불만을 해소하고 문화예술분야의 투자 규모 등을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 원장은 올해 들어 지난해 지원사업 심사를 맡았던 위원을 모두 배제했다. 외부 심사위원의 비율을 높이고 일반인의 심사 참관제도를 도입하는 등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나섰다. 정책기능 역시 외부 전문가로 정책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분기별 정책세미나를 통해 정책과제 발굴과 대규모 국비 공모사업에 임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의 발전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그는 “문화예술이 비생산적인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하고 산업으로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분야라는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발전을 끌어낼 문화예술 창작지원과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시설과 인프라의 구축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올해 ‘경남문화진흥 5개년 발전계획’ 수립에 착수, 결과에 따라 체계적인 실행에 옮긴다는 구상이다.

은빛 곱슬머리에 문화예술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이 원장은 영락없는 전문 예술인 풍모지만 실제로는 거리가 멀다. 경남 거제에서 가난한 어부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1974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경남도청 등을 거쳐 2014년 진해구청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했다가 지난해 3월 진흥원장 공모에 응모했다.

“평소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했다”는 그는 “40여 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인적 자산 등을 활용한다면 문화예술 진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응모했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비전문가 원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취임 1년을 넘기면서 모두 기우가 됐다. 오히려 조직과 예산, 업무 프로세스 등에서 빛을 발하면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백범 선생께서 오늘날 인류가 불행한 것은 물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인의, 자비,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이것을 함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의 힘으로만 할 수 있다고 하셨다”고 강조한 그는 “문화예술은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공감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감성과 여유를 키워주는 만큼 생활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문화활동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