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무용학과 잇따라 폐과
- 지자체·문화재단 차원에서
- 안무가 키울 시설 만들어야

- 지속 가능한 시스템 위해
- 프로젝트 공연 활성화 필요

부산에서 현대무용가로 활동하기가 점점 힘겨워지고 있다. 부산지역 대학의 무용학과가 잇따라 폐과해 강단에서 현대무용을 가르칠 기회도 심각하게 줄어든 데다 같이 작품을 할 만한 역량 있는 무용수를 구하는 일도 더 어려워졌다. 그런데 부산 출신 현대무용가 김남진(50) 씨의 생각은 다르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여전히 가능성은 있고 무대는 열려 있다”고 그는 말한다.

김남진 안무가는 “침체된 지역 무용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18~23일 일본 도쿄의 오차노미즈대학에서 무용과 학생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했다. 지난해 9월 부산대학무용제 때 선보인 춤 작품 ‘새’의 안무를 가르치는 자리였다. “부산대학무용제 때 ‘새’를 본 오차노미즈대학 관계자가 워크숍을 제안해 성사됐습니다.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에게서 춤을 처음 배울 때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음 달 26일 도쿄에서 제 작품 ‘새’가 공연될 예정입니다.”

작품 ‘새’는 순수한 새의 모습이 점점 기형적으로 변해가며 오염된 지구와 인간을 떠나는 모습을 그린다. 생태·생명 파괴의 주범이 인간임을 환기하는 내용이다. 그의 작품은 현대무용과 연극, 음악 등 다채로운 요소가 복합된 것이 특징. 김 씨는 “일본에서는 달라진 ‘새’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의 위기에 대처할 방안으로 “지속성 높은 프로젝트 공연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원금을 타기 위한 단발성 공연은 단점이 너무 많아요. 꾸준히 무대에 올릴 레퍼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부산뿐 아니라 서울 등 전국권에서 활발히 활동해 춤 예술계 상황을 잘 아는 그는 이어 현재 부산의 현대무용 환경에 대해 “우선 함께 공연할 무용수를 구하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제가 강의하던 경성대 무용학과가 폐과하는 등 지역 무용학과가 잇달아 문을 닫으면서 젊은 춤꾼이 빠르게 줄고 있어요.”

그는 대안으로 “대학 대신 지자체나 지역 문화재단이 ‘안무가 육성 사업’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줄어든 인재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수준 높고 공공성 있는 아카데미 같은 곳이 필요합니다. 일단 안무가를 육성하면, 새로운 작품이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춤 예술계 재도약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부산대 일대에서 처음 열린 ‘부산 거리예술축제’ 연출을 맡았다. 올해도 예술감독을 맡아 지역의 실력 있는 공연예술가와 해외 팀을 초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행사 때 시민 반응이 뜨거웠어요. 금정문화재단 주최로, 예산 5000만 원 규모 행사인데 예산이 적어 매우 아쉽지요. 거리예술이 성장하려면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부산 출신으로 경성대 무용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인으로는 처음 프랑스 국립현대무용단(1998~2002년)과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2002~2007년)에서 활동했다. 2006년 귀국해 ‘댄스씨어터 창’을 만들어 왕성하게 공연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세계 17개 나라의 춤 페스티벌에 초청돼 공연했다.

그는 “다음 달 도쿄 공연을 계기로 국제교류도 활발히 할 계획”이라며 “부산 춤은 재미·소통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꾸준한 재공연과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레퍼토리 작품을 만들며, 젊은 안무가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