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도시 도약 중인 김해시
- 획일적인 상가주택 등 식상
- 다양성 위해 규제완화 필요
- 랜드마크 건립도 검토해야”

경남 김해시 부원동 김해시건축사회 사무실에 들어서자 50대 중반의 신사가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부임 두 달여를 맞은 류종식(55) 제20대 김해시건축사회 회장이다. 15년째 길러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연회색 턱수염이 매력적이다. 김해건축사회는 경남에서 창원에 이어 두 번째로 회원(117명)이 많다.

경남 김해시건축사회 류종식 신임 회장이 지역사회 중추적인 단체로서의 소임을 피력하고 있다.

“부임 이후 회원들의 화합과 소통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틈나는 대로 회원 사무실을 찾아 애로 사항을 듣는 게 일과죠.” 건축사회 주관의 크고 작은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일도 임기 2년의 그에게 부여된 임무다.

류 회장은 “하반기에 전국 건축사대회가 열리는 데 회원들의 작품을 출품하고 자체 전시회도 준비해야 한다”며 “전국 회원 간 정보교류의 장으로, 김해건축사회의 명예를 걸고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4월에는 김해시가 시행하는 가야문화축제 때 건축사회 부스를 운영하며 홍보 활동도 벌인다.

회원들이 틈틈이 참여하는 봉사 활동도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덜어주는’ 의미 있는 행사다. 류 회장은 “회원들이 앞치마를 두른 채 장애인급식소에서 밥을 짓고 배식을 하며, 그늘진 이웃과 함께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해지역 유일의 건축과가 설치된 김해건설공고에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며 후배 양성도 돕는다.

류 회장은 대도시로 도약 중인 김해시가 펼쳐야 할 건축 행정의 좌표도 제시했다. 그는 “도시가 입는 옷인 ‘디자인’은 다양성이 생명이다. 상가주택의 경우 천편일률적으로 경사진 지붕만 설치토록 해 다소 획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좀 더 다양한 지붕 형태가 나오도록 규제 완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자신이 턱수염을 기르는 일도 ‘타인과 구분되는 개성을 찾자’는 나름의 고민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김해는 옛것과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곳”이라며 “김해시의 도심 건축과 디자인에 ‘문화’라는 옷을 입힐 때”라고 강조했다.

“김해 수로왕릉 부근에 가야시대의 거리가 있다. 기마상, 칼 모형과 조각 등이 멋지게 장식된 곳”이라는 그는 “문제는 돈이 많이 든 시설물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야의 거리에 젊은이들이 모이고 버스킹(길거리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광장이나 가야문화를 콘셉트로 하는 식당, 갤러리 등 건립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도시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김해의 건축 디자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역 건축가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류 회장은 “도시 디자인과 건축은 첫 출발이 중요하다. 김해시 도시계획을 입안하는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현장 사정에 밝은 건축사들이 대거 포함됐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회장은 “김해시도 장기적으로 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시 상징건축물) 건립을 고민할 때가 됐다”며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인 성가족성당을 보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이 모이는 시대”라며 “랜드마크가 들어서면 틀림없이 시민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 김해에서 5대째 살고 있는 토박이인 류 회장은 현재 건축사사무소 유원의 대표 건축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