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자녀 키우며 석·박사 취득
- 4년 동안 노조 상근국장 역임
- 부산 포함 영업점 31곳 담당
- “여성은행장 등장 시대 도래”

BNK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여성 직원 2명을 본부장급으로 승진시켰다. 주인공은 BNK경남은행 이정원(52) 본부장대우와 BNK부산은행 박경희(53) 본부장대우. 이는 ‘여성 인재 육성’을 강조한 김지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이로써 BNK금융그룹 내 본부장급 이상 여성 임원은 부산은행 권미희 부행장보를 포함해 총 3명이 됐다. 금융업은 전통적으로 여성 직원 비율이 높지만, 여성이 경영진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경남은행 이정원 동부영업본부장은 “여성 후배들이 저를 보면서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특히 경남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경남은행 동부영업본부장으로 선임된 이 본부장대우는 “아직은 본부장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경남은행 내 첫 여성 경영진이라는 타이틀로 주변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데 기쁜 동시에 부담감이 크다”는 말로 유리천장을 깬 소감을 대신했다.

동부영업본부는 부산을 비롯해 경남 김해, 양산, 밀양 일부 지역 등 영업점 31곳을 담당한다. 이 본부장이 관리하는 직원 수는 300여 명에 달한다. 이 본부장이 강조하는 핵심 가치는 소통이다. 그는 “상사의 카리스마란 딱딱한 분위기로 부하직원을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여직원에게는 친정엄마와 같은 존재, 남자직원에게는 누나처럼 다가가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상담해주는 역할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팀워크가 생겼다. 또 이 본부장은 경남은행 노동조합 상근 국장으로 4년간 일했는데, 이 경력이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해보며 유연한 사고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경남 창원 출신인 이 본부장은 경남여상(현 경남관광고)을 졸업한 뒤 1985년 경남은행에 입행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해 1992년 경남대 무역학 학사 취득을 시작으로 2002년 동 대학원 무역학 석사, 2013년 동 대학원 무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두 자녀를 키우면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그는 “가족의 든든한 지원과 배려가 없었으면 공부를 계속 이어나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1998~2001년 경남은행 노동조합 상근국장을 지낸 이후 VIP센터지점장, 도계동지점장, WM(자산관리)사업부장, 남마산지점장 등을 두루 거쳤다.

만 3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고비도 있었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당시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기혼 여직원들이 일터를 떠났다. 이 본부장은 “조직에서 본인 목소리를 당당하게 냈던 똑똑한 여성 선배들이 모두 일을 그만뒀다”며 “이끌어줄 선배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고 회상했다. 여성 후배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다는 게 이 본부장의 다짐이다. 이 본부장은 “경영진으로 첫발을 내디뎠는데, 신입 행원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선배들이 잘한 부분은 닮고 부족한 부분은 고쳐나가 후배에게 인정받는 당당한 선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여성 후배들에게 항상 꿈을 꾸라고 조언했다. 이 본부장은 “여성 인재들이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지방은행에서도 여성 은행장이 나오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며 “제가 걸어온 길을 따라오는 후배가 많아 조직 내 여성 경영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