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딩 만화로 대중에 알려져
- 문뽀닷컴 통해 꾸준히 작업
- 결혼하면서 부산 내려와
- 홈스타일링 소재 웹툰 연재
- 실용성 더해 책으로 출간

최근 발간된 만화책 ‘문뽀는 살림왕(위즈덤하우스)’에는 인테리어, 요리, 청소부터 DIY 가구 제작까지 의욕 넘치는 주부라면 탐낼 정보가 가득하다. 여기에 결혼 5년 차 작가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최근 만화책 ‘문뽀는 살림왕’을 펴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웹툰 작가 문보경 씨.

웹툰 사이트 저스트툰에서 10만 뷰를 기록한 동명 웹툰을 다듬고, 실용성을 보강해 내놓은 이 책의 저자는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문보경 씨다. 문 작가의 직업은 일러스트레이터다. 동화도 그리고 문구 캐릭터도 디자인하며 만화도 그리는,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작가다. 그의 커리어는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 ‘문뽀닷컴(moonbbo.com)’과 세월을 같이한다. 직장인이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하며 시간을 쪼개 살던 24세 때, 자신의 작품을 누군가 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개설했다.

몇몇 친구만 드나들다가 네이버 메인의 한 코너에 그의 만화가 게재되면서 방문자가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그때는 주로 싱글 ‘직딩 여성’의 일상을 만화로 그려 올렸다. “그때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아직도 자주 들어와서 글 남기고 비밀글로 인생 상담도 해요. 하하. 다들 싱글 직장여성이었는데, 지금은 저처럼 결혼하고 아이가 있어요. 같이 나이 들어가는 거죠.”

10년 전 작가가 그린 만화 속 자전적 캐릭터는 조금 날카로워 보여서 지금의 동글동글한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데, 아마도 결혼하고 난 뒤의 여유와 행복이 반영된 듯하다. 그는 5년 전 결혼을 하고 한의사인 남편과 함께 서울을 떠나 해운대에 정착한 뒤, 사랑스러운 두 딸을 낳고 프리랜서 작가로 산다.

만화책 ‘문뽀는 살림왕’을 읽는 독자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나도 이렇게 집을 손수 꾸미고, 근사한 요리도 하며 예쁘게 살고 싶다’, 또 하나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살지?’

만화의 에피소드 중 하나. 어느 카페에서 옛날 재봉틀을 활용해 만든 테이블을 보게 된 문 작가는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보통 사람이라면 비슷한 테이블을 찾아 나서겠지만, 문 작가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오래된 재봉틀 다리를 찾아내고 튼튼한 원목을 구해 공방에서 상판을 만든다. 100년은 거뜬히 쓸 것 같은 멋스러운 테이블이 탄생한다.

“주위에서 그래요. 가구 하나 사지 뭘 그러느냐고. 아기를 낳고 나서는 본드가 잔뜩 묻었을 무늬목 가구 대신 몇십 년 쓸 요량으로 원목가구를 들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완제품을 사려면 너무 비싸니까 내가 만들어보자, 이렇게 해서 목공일을 배우게 되고 또 배우니까 욕심나서 이것저것 만들게 돼요.”

이렇게 손수 제작한 테이블이며 옷걸이, 유리병을 재활용한 조명, 촛대 등 손수 만든 소품, 반짝반짝 새것처럼 윤나게 닦은 가죽 소파, 눈이 휘둥그레지는 손님 초대 요리 등 사진을 올리면 페이지마다 기본 1000뷰 이상을 기록하고 노하우를 묻는 댓글이 쇄도한다. “중복되는 비밀 질문이 많아요. 그래서 이런 살림의 팁을 담은 책을 내서 공유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과 관련해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을까. “가장 하고 싶었던 게 동화책 작업인데, 이미 1년에 세 권씩 그리고 있어요. 최근 그린 ‘외할머니 친할머니’가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이죠. 부산 사람 됐으니 지역 출판사와 일해보고 싶어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일거리가 많지 않더라고요. 지역 작가의 고충이 짐작됐어요. 솔직히 지금은 뭔가를 더 욕심내면 안 될 것 같아요. 너무 바쁜 게 문제가 될 만큼 행복한 일상을 살고 있거든요.”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