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한 화법 논란 되면서
- 절제된 언행 필요성 절감”

- 위해요소 선제적 차단
- 첨단산업 지원 등으로
- 국민 안전성 요구 충족

부산대 약대 출신으로 부산시 약사회장을 지낸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임명은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 인사로 평가됐다. 식품 안전의 사령탑을 맡게 됐지만 중앙 무대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사였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부산 측근’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야권의 집중 타깃이 됐다. 지난해 7월 취임 직후부터 그야말로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살충제 계란’ ‘발암 물질 생리대’ 파동 등 식품과 보건 안전에 대한 대형 이슈들이 연일 터져나왔고, 류 처장의 다소 매끄럽지 못한 대응까지 겹치면서 언론과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부산시 약사회장 출신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직원들과 솔직하고 편안하게 소통하면서 수직적이던 조직 문화가 수평적으로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급기야 자유한국당 소속의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그의 말투까지 문제 삼기도 했다. ‘~예’로 끝나는 류 처장의 말투가 그의 업무 능력을 더 서투르게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류 처장은 지난 28일 세종시 청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적인 삶을 살다가 처음으로 공직의 삶을 시작했다. 소위 ‘어공’(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공직자를 일컫는 속어)이 되다 보니 격식을 갖춰야 하는 공직 문화나 국회에서의 언행 등에 적응이 안 됐고, 그런 것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초창기 류 처장에 대한 야권의 집중 공격은 문 대통령과 류 처장의 관계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류 처장은 2012년 4월 총선 때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 대통령을 도우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같은 해 열린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선 문 대통령의 부산 선대위 공동위원장 겸 후보 직능 특보로 활동했다.

5·9대선 때는 문 대통령의 부산선대위 특보단장을 맡아 문 대통령의 선거 당선에 기여했다.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기간은 길지 않으나 농도는 깊어 야권이 타깃으로 삼기에 좋은 소재였던 셈이다.

류 처장은 지역 여권 인사들에게는 큰 ‘행님’(형님의 경상도 사투리)으로 통한다. 국회에서 논란이 됐던 솔직한 화법과 격식을 따지지 않는 언행은 사실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동생’(지역 여권 인사들)들이 그를 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류 처장의 인간적인 모습은 식약처 조직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류 처장은 “내가 부산 스타일 아니냐. 직원들과 솔직하고 편안하게 거리낌 없이 소통한다. 수직적이던 기존 조직 문화가 수평적으로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식약처 대변인은 “회식 때 처장님이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런 소탈한 모습에 직원들이 편하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임기 2년 차를 맞게 된 류 처장은 “공직자는 절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말이나 행동이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말과 행동을 좀 더 신중하게 하되 국민을 최우선에 두는 식약처 정책은 더욱 적극적으로 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 처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보다는 식약처 홍보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의 수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날이 갈수록 안전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위해 요인들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보살피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약처는 식품과 가공품, 의약품, 바이오 약품, 화장품, 그리고 첨단 의료 기기 등 아주 광범위한 부분들을 관리한다. 특히 첨단바이오산업을 지원하는 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내년 상반기 중 통과시켜 관련 산업 성장의 발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