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명이 5000원씩 모금
- 지역 고교생 3명에게 전달
- 현명한 소비자로 성장 기대

- 토론회선 집단소송법 다뤄
- 한국형 제도 설계 촉구도

일반 시민이 십시일반 소액 기부로 마련한 ‘소비자 장학금’이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소비자 장학금은 시민 300명이 미래의 소비 주체가 될 학생을 위해 1인당 5000원을 내놓으면서 마련한 돈이다. 부산소비자연맹은 지난 13일 부산시청 12층 소회의실에서 ‘제1회 소비자 장학금 수여식 및 소비자집단 소송법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첫 소비자 장학금 전달식을 가졌다. 장학생에는 학교 측 추천으로 박채희(부산경영고1) 백인준(지산고2) 최승훈(동인고2) 학생이 선정됐다. 이들에게는 각 50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지난 13일 부산시청 소회의실에서 부산소비자연맹 주최 ‘제1회 소비자 장학금 수여식 및 소비자 집단소송법 도입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전민철 기자

부산소비자연맹 김향란 회장은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다수의 시민이 십시일반으로 정성껏 모금한 장학금을 미래의 현명한 소비자가 될 학생에게 수여한다는 것이 본 장학금의 취지”라며 “한 번 기부한 사람은 재참여가 어렵도록 제한을 두고, 부산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부 릴레이’ 형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고 알렸다.

전달식에 참석한 김영환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뜻깊은 취지의 장학금 모금이 지속되길 바라며, 이 학생들이 미래 부산 경제의 큰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며 축하했다.

소비자 장학금을 받은 박채희 최승훈 백인준 학생(왼쪽부터).

이날 행사에서는 소비자 집단소송법 도입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회도 함께 진행됐다. 가짜 백수오, 가습기 살균제 등 다수 소비자에게 피해가 빈발하고 있지만, 정작 보상을 받기는 힘들어지면서 이 같은 법 도입이 힘을 얻고 있다.

토론자로는 ▷연규석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사무소장 ▷신영희 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오지환 부산경제진흥원 국내사업본부장 ▷제미경 인제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소비자학전공 교수 ▷변현숙 부산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등 민관 전문가가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부산대 서희석(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별 ‘소비자 집단소송법안’ 입법 모델을 소개하고, 한국형 집단소송제도로 ‘소비자 단체형’ 집단소송제도를 제안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집단소송제도 관련 법안은 모두 미국식 모델(대표당사자형)인데, 소송의 장기화나 기판력 확장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새로운 모델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서 교수는 “소비자 피해 문제에 대해 공공기관 지자체 등이 원고로 나선다거나 개별 쟁점에 따른 손해를 별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참여자들은 소비자 집단소송법의 필요에 공감하며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신영희 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소비자 집단 소송제도의 효율적 도입을 위해 소비자단체도 집단 소송제도에 대해 전문적 역량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고, 연규석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사무소장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도 ‘법집행체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집단소송제의 방향, 피해자 범위 등 제도의 세부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제대 제미경(소비자학) 교수는 “소비자단체형 집단 소송제도에서 입법형태와 제소권자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