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운동가에서 대기업사원
- 국회 보좌관 거쳐 변호사까지
- 끊임없는 도전으로 무한변신

- 최근엔 딸도 아빠 직업 이어
- 로스쿨 출신 부녀 변호사 1호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한탄하지 않고, 가진 것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일궈나가는 겁니다. 인생에서 도전을 두려워해본 적은 없습니다.”

부산 출신의 법무법인 ‘지평’ 소속 김진권 변호사가 본지 인터뷰에서 학생운동가에서 대기업 영업맨, 국회 보좌관, 대형로펌 변호사로의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이용우기자 ywlee@kookje.co.kr

학생운동가에서 대기업 영업맨으로, 국회 보좌관으로, 다시 대형로펌의 변호사로…. 항상 새로운 도전을 통해 무한변신하는 김진권(53) 변호사를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로스쿨 출신 부녀(父女) 변호사 1호’로도 유명하다. 부산 동구 초량 출신인 김 변호사의 어린 시절 첫 번째 도전은 전교 학생회장이었다. 부친은 제4부두 항만 노동자였다. 밥 굶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렵진 않았지만 학생회장을 하려면 어느 정도 집안의 뒷받침이 있어야 했다. 그는 전교 1등을 해서 부산중학교 3학년 때 학생회장 출마 기회를 따냈다. 스스로의 힘으로 꿈을 이룬 첫 경험이었다.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 경영학과(83학번)에 입학했지만 공부만 하기엔 시대가 너무 암울했다. “대학 4년 때 ‘구학련’이라는 시국사건으로 수배가 되고, 1988년에 검거가 돼 투옥 생활도 했습니다. 석방된 이후론 마산에서 조그만 공장을 다니며 노동운동을 했지요.”

그러다 소위 ‘운동권 특채’로 대우자동차에 입사한다. 루마니아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영업에 매진, 지역 내 해외판매 1등을 달성하기도 했다.

국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선배인 원희룡 제주지사 때문이었다. “대학 1년 선배이고, 운동권 선배였던 원 지사가 16대 총선 때 한나라당 개혁인사 영입 케이스로 출마하게 됐죠. 원 지사가 선거를 도와달라 해서 선거를 같이하고 당선 후 보좌관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김 변호사는 국회 생활 3년 만에 막강한 조직이었던 한보협(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 회장에 도전한다. 마흔도 안 된 신참이 한보협 회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두 가지 장벽이 있었죠. 첫째는 너무 젊다는 것, 그리고 보좌진 경험을 한 대밖에 못 해봤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선배들께서 제 얼굴을 보더니 한마디 하시더군요. ‘젊지는 않네…’.”

그렇게 국회 보좌관으로 10년간 생활한 그는 이번엔 만학도로 로스쿨에 도전한다. “보좌관은 입법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시는 의원을 드러내고 자기 이름을 감추는 자리”라면서 “나이 오십이 돼 가면서 이젠 제 이름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그렇게 2010년 47세의 나이로 전남대 로스쿨에 들어갔고, 2013년 제2회 변호사 시험을 통과했다. 2기 로스쿨 최고령자였다.

더 반가운 것은 장녀인 혜라 씨도 2013년 동아대 로스쿨에 입학해 올해 제6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됐다는 점이다. 원래 전공은 의상디자인이었다.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얘기 안 했습니다. 아버지가 공부해서 되는 걸 보더니 자기도 용기를 얻어 도전하더군요. 지금은 열심히 수습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로펌인 ‘지평’에서 김 변호사는 현재 입법지원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법률의 제·개정을 필요로 하는 민간단체 등을 위한 법률지원과 컨설팅 업무를 주로 하고, 경우에 따라 문제가 있는 법안의 경우 법률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이나 야기될 수 있는 문제들을 지적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입법이 진행되도록 하는 일이다.

그는 “기존의 법률서비스는 사회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지만 입법지원 업무는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를 철폐하고 나아가 사회를 개량하는 효과도 있다”며 “제가 국내에선 국회 실무 경험이 제일 많은 변호사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선 국내 최고가 아닐까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