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립고 최초로 기숙·체험형
- 오전 교과·오후 레슨 위주
- 개성 강한 대안고 학생 30명
- 밤늦도록 악기 연습 삼매경
- 초등학교·지역축제 재능기부
- 내년 250석 규모 연주홀 완공

경남 고성군 하일면 동산재 고개 아래 자리잡은 고성음악고는 전국 최초인 공립 기숙형 체험위주 학교다. 옛 하일중학교를 리모델링해 지난 3월 1일 개교했다. 이 학교에는 현재 1학년 30명이 음악으로 자신의 끼와 꿈을 키우고 있다. 학생들은 오전에는 일반 교과 위주로 수업을 하고 오후부터 실용음악, 국악을 비롯한 피아노, 바이올린 등 전공 위주의 레슨과 연습으로 하루를 보낸다. 학생들의 악기 소리는 밤 11시까지 이어진다.

안진수 고성음악고 교장은 “색소폰을 배우느라 엄지손가락에 탈이 났다. 빨리 배워서 학생들과 합주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2일 학교에서 만난 안진수 초대 교장은 “첫 교장으로 부임했는데 새로 문을 여는 학교인 데다 교감도 없는 곳이라 매우 당황스러웠다”며 “하지만 8개월을 보낸 지금은 동산재 고개를 넘어서면서부터 학생들과 함께 보낼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안 교장은 “입학식 때 학생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부모님께 진심을 전하며 눈물짓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좋은 학교로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성음악고는 대안학교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고로 진학할 경우 자칫 부적응의 우려가 있는 학생들이 이곳으로 진학한다. 입학 당시 30명 정원에 42명이 지원해 평균 1.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안 교장은 “드럼을 치는 한 학생은 하루에 드럼봉이 3,4개씩 부러질만큼 연습을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니 힘든 줄도 모르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학생 개개인이 주인공이 되어 생활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이 같은 열정은 하일면 주민들 속으로 녹아들어 고성음악고는 이제 고성군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하일복지관에서 400여 명의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어버이날 축하 경로효행 잔치에 학생들이 초대돼 공연을 했다. 안 교장은 “이날 행사에 가수도 초대됐지만 주민들은 아이들의 공연이 백미였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내년부터는 가수를 초대할 필요없이 학생들 공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방과후에 인근 하일초등학교를 찾아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학생 30명 중 절반가량이 돌아가면서 초등학생에게 악기 레슨을 한다. 그는 “음악을 전공해서인지 몰라도 학생들의 인성이 매우 좋다”며 “이런 까닭에 학생들의 두발, 화장 등에 대해서도 전혀 간섭하지 않고 있다. 막상 자유롭게 풀어주니 아이들 스스로 자제하고 있다”며 “확실한 가치관을 갖고 생기발랄하게 학교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일반 고교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할 수 있게 다목적 연주홀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 안 교장은 경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교 뒤편 기숙사 옆에 3층 규모의 연주홀을 내년 말께 완공할 계획이다. 안 교장은 “다목적홀은 250석 규모의 연주홀을 비롯해 45~50실가량의 개인 연습실을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악고 교장이라 적어도 하나의 악기를 다루고 싶어 색소폰을 배우고 있는데 사실 쉽지 않다. 연습을 많이 한 탓에 엄지손가락이 ‘방아쇠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그는 “빨리 악기를 배워서 아이들과 합주를 해보는 꿈을 갖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합천 출신인 안 교장은 경상대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뒤 1984년 설천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경남체고 교감, 경남도교육청 장학관으로 근무했다.

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