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부산시 도시재생위원장
- 이공계 출신 첫 수장 맡아

- “재건축·재개발에서 나아가
- 삶의 방식·도시 체질 바꿔야
- 창조적 연구 역량 강화 숙제”

“부산은 라이프스타일의 허브가 돼야 합니다.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한 도시로 변신해야 합니다.”

김민수 부산발전연구원 신임 원장은 “진정한 도시재생은 도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부산시의 싱크탱크인 부산발전연구원(BDI)을 이끌 김민수(63) 신임 원장이 지난 11일 취임했다. 김 원장은 초대부터 9대까지 경제·행정 분야 전문가가 주로 수장을 맡았던 전통을 깨고 이공계 출신으로 처음으로 BDI를 지휘하게 됐다. 김 원장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도시재생·도시설계 전문가다. 2014년부터 부산시 도시재생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 원장은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같은 물리적인 부분을 도시재생으로 보는 것은 좁은 시각”이라며 “진정한 재생은 삶의 방식과 도시체질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단계 더 깊은 재생의 의미와 함께 오랫동안 꿈꿨던 목표도 털어놨다.

“부산을 라이프스타일의 허브로 만들고 싶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덜 벌고, 덜 써도, 언제나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한 도시가 내가 그리는 부산의 미래다.” 인문학과 건축의 융합을 줄곧 주장했던 도시재생 전문가다운 철학이었다.

김 원장은 “내가 도시재생 전문가라서 BDI가 도시재생에 집중할 것이란 오해가 일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BDI는 부산의 싱크탱크에 맞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BDI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연구원 출신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법처리됐고 “창조적인 발상 대신 부산시 논리만 뒷받침하는 용역을 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고 있다. 그래서 김 원장은 거창한 취임식 대신 직원들을 응원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는 “내부 역량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조직 단합을 통해 당당한 연구원으로 거듭나자는 내용의 글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며 “지금은 야단보다 격려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BDI의 위기 진단과 해결책 제시도 명쾌하다. 김 원장은 “그동안 BDI가 부산시의 요구에 맞춰 정책이나 시정 현안에 관한 연구만 수동적으로 진행한 측면도 있다”며 “앞으로는 부산의 비전을 제시해 부산의 발전을 주도하는 연구를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BDI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연구원의 역량 강화가 가장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상임 연구원 38~40명으로 최근 다양해지고 급변하는 정책 트렌드를 따라잡기도 버거워 연구원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장은 전공 분야를 제외하고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언론 매체에 글을 쓰는 것도 자제했다. 그런 그가 정년을 불과 1년 반을 남기고 큰 결심을 했다. 김 원장은 “1987년 경성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었다”며 “그동안 부산에서 큰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는 내가 부산을 도울 때라는 생각이 들어 BDI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끝낼 즈음 김 원장은 “서울에서 태어난 후 부산에서 31년이나 살았는데도 사투리를 쓰지 않아 아직도 외지인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며 “BDI 원장에 취임하면서 완전히 부산 사람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 좋다”고 활짝 웃었다.

김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