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 교직 틈틈이 곡 작업
- ‘연 날리기’ 등으로 유명
- 작곡가로 명성 쌓았지만
- 가수 꿈 못 이룬 아쉬움 커
- 지난달 첫 앨범 ‘욜로’ 발표
- “남은 생 버스킹하며 즐길 것”
“국민동요 만들었으니, 이제 국민가요 불러야죠.” 대한민국 애창 1순위 동요를 만든 작곡가가 가수로 정식 데뷔하며 40년 음악 인생의 포한을 풀었다. 2004년 한 신용카드 업체의 광고에 활용된 이후 국민 애창 동요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아빠 힘 내세요’. 이 노래의 작곡가인 한수성(61) 씨가 지난달 11일 첫 앨범 ‘욜로(YOLO)’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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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성 작곡가는 “욜로 앨범에 수록된 ‘우리 엄마 살아 계실 제’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성효 기자 |
욜로란 한 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자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 유행어다. 그래서일까. 요즘 유튜브에서는 한 씨의 타이틀곡 ‘욜로’의 뮤직비디오가 2개월 만에 8만3000회의 조회 건수를 기록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가…가보고 싶다. 해해…해보고 싶다. 마음이 가는 대로’.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안무, 우스꽝러운 복고풍 영상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29일 한 씨는 “율동이 가미된 아동 버전과 익살스러운 성인 버전으로 앨범과 뮤비를 제작했다”며 “손녀 며느리 자식 아내 또래 모두 흥이 나 몸이 들썩이는 노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씨의 ‘아빠 힘 내세요’ ‘연 날리기’ ‘초가삼간’ ‘시골 하루’ 등 동요 4곡이 현재 교과서에 실려 있다. 전업 작곡가로 여길 만도 한데, 그는 40년 경력의 초등학교 교사다. 교장 직함이 어색하지 않지만, 그는 부산 사하구 신남초등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근무 중이다. 행정 업무에 치여 음악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게 싫어서란다. 한 씨는 “방학 내내 해수욕장 버스킹 활동에만 전념했다. 학기가 시작되면 금요일 저녁마다 광안리에서 공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삶 자체가 욜로인 셈이다.
“가수가 숙원이었다”는 베테랑 작곡가의 고백이 이해가 안 돼 이유를 묻자 그는 “틈틈이 동요 교가 작곡 편곡 등 음악 활동은 했지만, 사느라 바빴다”고 답했다. 그는 마산고 재학 시절 음악 교사로부터 음대 진학을 권유 받을 정도로 남다른 음악성을 보였지만, 재능을 바로 펼치지 못했다. “부모님이 부둣가 막노동으로 3형제를 키우셨습니다. 학비가 싼 2년제 마산교대에 입학했습니다. 이듬해 MBC 대학가요제가 생겼지만, 군 대체 훈련을 받느라 참가 못 했죠.”
교원 생활을 하던 한 씨는 진주교대 3학년에 편입해 대학가요제에 도전한다. 그는 “3, 4학년 때 지역 예선에 나갔지만 2등을 해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며 “휴학을 하고 31세이던 1989년 ‘바위’라는 곡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상은 받지 못했지만 여한 없이 노래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기획사에서 가수 데뷔를 제안했지만, 그는 아내와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가장으로서 안정적인 교사직을 버릴 수 없었다.
한 씨의 노래에 대한 열정은 아들 지웅 씨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는 1989년 아버지가 만든 ‘연 날리기’ 동요를 불러서 MBC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탔다. 한 씨는 “어찌나 좋던지 상 받는 아들 옆에서 눈물 흘리며 춤추던 장면은 지금도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리만족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 씨는 1994년 어렵사리 장만한 아파트를 입주 2달 만에 팔고 녹음실을 마련했다. 하지만 녹음실 건물 전체가 은행에 넘어가면서 졸지에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몸과 마음이 지친 채 단칸 셋방으로 귀가하던 어느 날 문득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버지를 응원하는 노래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한 씨는 “1996년 ‘아빠 힘 내세요’를 작곡해서 이듬해 MBC창작동요제에서 선보였다”며 “동요가 아니라 캠페인송 같다는 악평이 쏟아졌다”고 회상했다.
‘아빠 힘 내세요’는 8년 뒤 국민동요의 반열에 올랐지만, 표절 소송에 휘말리는 등 숱한 곡절을 겪어야 했다. 한 씨는 “아빠만 치켜세우는 가사가 양성 평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유해가요에 지정되네, 마네 했던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차관까지 나서서 그런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며 “저작권에 대한 인지가 없어서 돈도 소문만큼 못 벌었다”고 토로했다.
한 씨는 “결국 ‘욜로’ 앨범을 통해 인제야 속을 푼다”고 말했다. 아들이 제작한 뮤직비디오에 며느리와 손녀가 등장해 그간 소원했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았을 뿐 아니라, 수록곡인 ‘우리 엄마 살아 계실 제’를 통해 4년 전 갑작스럽게 홀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사모곡을 바쳤다.
가족의 의미에 관해 묻자 그는 “버팀목인데, 그걸 모르고 살았다”며 “가족과 노래 부르면서 엘튼 존처럼 70대가 돼서도 앨범을 내는 욜로족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한 씨는 부산버스킹협회 창설 회장이다. 교직에서 퇴직하면 청년 버스킹족의 공연 여건 마련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