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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맞고 욕 먹어도 위안부 할머니 고통만 할까요”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김상금 씨

  • 국제신문
  •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17-08-24 18:49:00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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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 일본영사관 옆 소녀상
- 반대 유인물·쓰레기 등 수난
- 매일 5시간 동상 돌보면서
- 관광객·시민 대상으로 설명
- 때론 손찌검 수난도 겪지만
- 일본 사과 때까지 계속할 것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도저히 자리를 뜰 수 없습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사과할 때까지 소녀상 옆을 계속 지키고 싶습니다.”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김상금 씨가 동상에 묻은 얼룩을 닦으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옆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매일같이 지키는 사람이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의 시간은 소녀상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소녀상을 꼼꼼히 닦고 주변을 청소한다. 방문객에게는 소녀상의 의미와 역사를 설명하고 사진도 대신 찍어준다. 돈을 받는 것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단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어 나섰다. 여느 날처럼 소녀상 옆을 지키고 있는 김상금(68) 씨를 지난 22일 만났다.

소녀상은 지난해  연말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후 숱한 수난을 겪어왔다. 소녀상 옆에 대형 쓰레기를 버리는가 하면 폐자전거를 묶고 간 이도 있었다. 지난 4월에는 30대 남성이 소녀상 앞에 이승만 전 대통령 흉상을 세우겠다고 나서 소녀상 지킴이 단체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김 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소녀상 주변에 소녀상 설치 반대 유인물들이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다. 매일같이 치워도 계속 반복돼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같은 국민으로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이렇게 악의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고난도 많았다. 지난 6월에는 한 중년 남성이 소녀상 앞에서 “몸 팔아서 먹고산 여자에게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따지듯 물었다. 이에 김 씨가 “당신의 가족이 같은 일을 당해도 그렇게 말할 것이냐”고 하자 이 남성은 김 씨의 뺨을 때리기까지 했다. 

그는 “한 번씩 취객들이 와 소녀상을 욕하고 가기도 한다. 제게는 돈 받고 하면서 위선 떨지 마라고도 한다”며 “속상한 일이 여러 가지지만 소녀상을 지지하는 많은 분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학원차량을 운전하는 김 씨는 매일 5시간 소녀상을 지킨다. 그러다 보니 수년 전 교통사고로 다친 허리가 아프기 시작해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몸이 좀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자마자  광복절인 지난 15일부터 다시 소녀상 앞으로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김 씨는 “아직도 허리가 아프다. 하지만 소녀상에 누가 해코지를 하고 갈까봐 걱정돼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부산시가 소녀상 보호에 소극적인데 나라도 나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본인도 소녀상을 많이 찾는다. 김 씨는 그 중에서도 지난 1월 다녀간 한 일본인 할머니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가 화분 5개를 갖고 와서 소녀상에 놓더니 펑펑 우셨다. 한국말로 ‘죄송합니다. 일본이 죄인입니다’고 말씀 하시는데 가슴이 찡했다”며 “그 분의 행동에 힘이 났다. 지난 겨울 추운 날씨에 화분을 지키고 싶어 매일 집에 가져가 보관했다가 가져오곤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부쩍 줄어든 소녀상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설치 초반엔 굉장히 많은 분이 다녀갔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다. 위안부 문제를 잊는 게 아닌가 싶어 내심 걱정이 된다”며 “우리 국민이 잊지 않는다면 위안부 문제는 꼭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힘이 닿는 데까지 소녀상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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