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례병원 파산 뒤 대책 전무
- 응급의료센터 구 내 없어
- 지역민 모여 정치권 압박
- 민간병원 공공 전환 촉구
- 활동가 위주 시민운동 지양

“주민 속에 뿌리 박지 않으면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 됩니다. 침례병원 파산에 따른 대안을 촉구하는 것은 풀뿌리 시민운동이 해야 할 역할입니다.”

	차성환 금정구 공익병원 설립을 위한 금정구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비율은 10% 미만으로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최근 부산 금정구청 앞에서 만난 차성환(64) 금정구 공익병원 설립을 위한 금정구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차 위원장은 지난 17일 침례병원 파산으로 현실화된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금정구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의료기관의 상업화가 심한 미국과 일본조차도 공공병원 비율이 25%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10% 미만으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 기본권인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그가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은 침례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금정구민들이 의료 사각 지대의 불편함과 위험성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24만 명이 사는 금정구에 응급의료센터가 없어 응급환자 발생 시 30분 이상 걸리는 부산양산대병원이나 해운대 백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면서 아찔한 순간이 많다.

차 위원장은 “의료서비스는 사람들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누구든지 일상에서 당장 어디가 어떻게 아플지 예측할 수 없다”며 “행정기관은 침례병원 파산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정구민대책위원회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독려 캠페인을 위해 만들어진 ‘금정구 사람들’이란 소모임에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특정 정당과 상관없이 50여 명이 느슨한 형태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 침례병원 파산으로 의료 서비스 공백이 현실화하자 조직적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역단체와 결합해 새 단체를 만들었다.

요즘 시민운동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게 아닌, 활동가 중심으로 시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게 차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소위 ‘대리형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시 금정구 사람들을 참여시켜 만들었다”며 “주민과 함께해야 진정한 시민운동을 할 수 있지만 워낙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는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그는 침례병원 문제에 대해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운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당장 자신 앞에 닥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발벗고 나서는 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에만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정치권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민간 병원을 공공 병원으로 전환하는 게 선례가 없다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껏 없었다면 선례를 만들면 된다”면서 “부산시와 금정구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 문제를 파고들어야 정치권에서도 자기 일로 생각하고 나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1979년 11월 일명 ‘남민전 사건’에 휘말리며 오랫동안 옥살이를 했다.

남민전 사건은 당시 유신체제에서 공안기관이 민주화를 위해 조직된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를 북한과 연계해 간첩단 사건으로 발표하면서 벌어진 대표적인 공안사건이다. 2006년 6월 노무현 정부 때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차 위원장은 현재 부산참여연대 공동대표와 민주주의사회연구소 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