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면 동천~부전천 일대는
- 신발 등 근대 기업 태동한 곳
- 고층 건물 위주 재개발 대신
- 도시재생 연계 인프라 구축
- 문화유산·관광자원 활용을”

“동천과 부전천 일대는 한국 산업의 부흥기인 1950~1980년대 부산의 경제를 이끌었던 기업의 발원지입니다. 이는 부산 산업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지역의 자랑거리입니다. 산업계를 이끌던 기업의 역사를 담은 기업관이나 상징물을 설치한 박물관을 건립해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나아가 관광 자원화를 통한 문화 공간 창출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김영욱 부산시의회 부의장은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산업박물관 건립을 연계할 경우 예산 부담 없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부산시의회 김영욱(자유한국당·부산진4) 부의장은 부산근대산업역사박물관(이하 산업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역설했다. 그는 최근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밀집했던 동천~부전천 일대에 이들 기업의 역사를 보존할 수 있는 산업박물관을 건립을 제안했다.

원자재와 완제품의 수출입이 이뤄지던 북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천~부전천 일대에는 많은 기업이 활동했다. 이들 기업 중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지금은 역사 속으로 모습을 감춘 회사도 있다.

김 부의장은 “동천~부전천 일대에는 진양고무(왕자표) 대양고무(슈퍼카미트) 동양고무(르까프 생산) 보생고무 삼화고무(범표) 태화고무(말표) 등 국내 6대 신발기업이 자리했다. 또 LG그룹의 모태인 럭키공업사와 대우자동차의 모태인 신진자동차, CJ제일제당의 전신인 제일제당, 동명목재, 한일그룹을 탄생시킨 경남모직, 태광그룹의 기원인 태광산업, 대상그룹의 바탕인 미원식품, 동성그룹으로 성장한 동성화학, 대동벽지, 동산유지, 흥아타이어, 부산방직공업, 태화백화점 등 많은 기업이 활발한 산업활동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기업들이 모습을 감춘 자리에는 고층 아파트와 대형 건물이 들어서거나 재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아직 제안 단계지만, 산업박물관 건립 제안에 대해 서병수 부산시장도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그동안 부산진구에서 건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기초지자체보다는 시와 정부에서 나서서 추진해야 할 성격의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박물관 건립 위치에 대해 “전포동 지오플레이스 옆에 국방부 소유의 건물(대지 6600㎡ 지하 1층 지상 3층)이 있는데, 현재 용도가 없어 내년 초 공개매각될 예정이다. 부지 매입 140억 원과 리모델링 비용 등을 합쳐 총 204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박물관 건립을 연계할 경우, 시는 큰 예산 부담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의장은 산업박물관이 건립될 경우, 차별화된 산업박물관으로 지역의 문화유산은 물론 ‘기업 관광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진양교차로에 신발조형물이 설치되고 근대 산업유산 및 역사 흔적 골목길(동명목재~제일제당~경남모직~태화백화점~진양고무~대동벽지~럭키유지) 투어 등을 산업유산의 관광 자원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단편적인 사업으로는 역사성을 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부의장은 “일본 나가사키의 미쯔비시 조선소와 나고야의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충북 음성의 한독의약박물관, 정주영 기념관 등 성공 사례를 볼 때 부산의 산업박물관은 관광 인프라의 가치가 충분하다. 동천~부전천 일대를 모태로 성장한 기업들도 자신의 발원지에 세워질 산업박물관에 전시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콘텐츠 측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