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서 12년째 축제 개최
- 마니아적 행사 대중에 각인
- 내년 세계마술올림픽 앞두고
- 매직 버스킹·도구 전시 등
- 구남로서 관광 이벤트 마련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마술 축제가 시작됐다.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조직위원회는 3~6일까지 나흘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진입로인 구남로와 남구 경성대 일대에서 ‘제12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BIMF)’을 개최한다(본지 지난달 27일 자 21면 보도). 개막식을 앞두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강열우(57) 집행위원장을 만나 올해 축제의 특징과 이를 즐기기 위한 팁을 들었다.

강열우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을 통해 부산이 마술의 도시로 이름나게 됐지만 이를 관광자원화하려는 부산시의 움직임이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 서정빈 기자

강 위원장은 1989년 창단한 극단 자갈치의 원년 멤버다. 봉산탈춤과 한국무용을 특기로 부산시립무용단에서 활동했고, 1994년부터 부산예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연 예술이란 광범위한 공통점을 빼면 마술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는 어떤 계기로 매직페스티벌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부산바다축제 등 지자체 축제, 극단 자갈치 작품, 각종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무대를 연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공연을 직접 제작하고 싶어 고민하다 마술이란 콘텐츠를 알게 됐어요. 당시 이은결 마술사 정도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었는데, 향후 마술이 전망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가 마술에서 주목한 점은 오랜 역사와 보편성이었다.

“축제를 시작하기 전 조사해보니 마술이란 장르가 전 세계에 분포돼 있어요. 역사도 굉장히 오래됐고요. 주술사와 마법사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군입니다. 마니아도 상당히 많았어요. 12년 전 이미 마술 애호가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이 200만 명을 넘었어요. 반면, 우리나라의 마술은 걸음마 단계였어요. 향후 분명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강 위원장은 2006년 제1회 행사를 치른 뒤 올해까지 12년째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매년 “수술(행사)은 성공했지만, 환자(조직위)는 죽었다”는 우스갯 소리를 할 정도로 재정난에 시달리지만, 매년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달려왔다. 그는 “올해 개막식 사회를 맡은 최현우 마술사를 비롯해 국내 마술사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매직페스티벌은 지난해 마침내 ‘2018 세계마술올림픽’를 부산에 유치했다. 내년 7월 9일부터 14일까지 해운대구 벡스코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마술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더욱 대중과 가까이 만나려고 노력했다. 구남로를 ‘매직 스트리트’로 꾸며 축제 내내 매직 버스킹, 마술도구 전시, 마술 체험 등 이벤트를 벌인다.

“마니아 중심인 다른 나라의 ‘마술 컨벤션’과 달리 부산매직페스티벌은 ‘대중성’을 지향합니다. 매년 거리 공연을 펼쳐왔는데 올해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분류해 더욱 알차게 준비했어요. 나이트 갈라쇼와 부산국제마술대회, 김유정국의 연애술사 등은 유료 공연이지만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티켓 값도 저렴한 편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요.”

그는 부산매직페스티벌이 ‘바람’을 일으켰지만 ‘결실’을 맺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12년째 행사를 개최하며 ‘마술하면 부산’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부산시 차원에서 이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아직 후속 움직임이 없습니다. 마술 전용 극장, 시립예술단 소속 마술단 등을 설립해 상시로 마술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내년 마술올림픽을 계기로 지속해서 마술 콘텐츠를 선보일 하드웨어가 구축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